100주년 어린이날에도 ‘집콕’하는 장애아동...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100주년 어린이날에도 ‘집콕’하는 장애아동...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2-05-05 17:09
수정 2022-05-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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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놀이터 중 무장애놀이터는 0.03%에 불과
英美 무장애 설계 놀이터 규정 법에 명시
아일랜드, 싱가포르도 무장애놀이터 가이드라인 만들어

5일 서울 양천공원 무장애통합놀이터인 쿵쾅쿵쾅 꿈마루놀이터에 있는 회전무대. 손잡이만 달려 있는 다른 회전무대와는 달리 무장애 설계가 적용되어 턱이 없고 안전벽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아동도 비장애아동과 함께 탈 수 있다. 최영권 기자
5일 서울 양천공원 무장애통합놀이터인 쿵쾅쿵쾅 꿈마루놀이터에 있는 회전무대. 손잡이만 달려 있는 다른 회전무대와는 달리 무장애 설계가 적용되어 턱이 없고 안전벽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아동도 비장애아동과 함께 탈 수 있다.
최영권 기자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주옥(37)씨는 집 앞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도 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휠체어에 앉아 다른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번은 딸을 휠체어에서 내려 미끄럼틀을 태우려고 했다가 경비원으로부터 “다른 아이가 위험하니 휠체어부터 빨리 치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2018년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양천공원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놀이터’(무장애놀이터)가 생기면서 딸이 마음껏 놀 수 있게 됐다. 김씨는 5일 “딸의 신체 활동이 늘면서 감정 표현도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았지만 장애아동이 뛰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는 전국에 22개 정도다. 비장애아동 중심으로 놀이터가 만들어져 있다 보니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날에도 장애아동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콕’을 택한다.

시민단체 무장애연대가 자체 조사한 통계를 보면 서울에는 11곳의 통합놀이터가 있다. 경기 3곳, 인천 2곳 등 수도권에 주로 몰려 있고 지방에는 통합놀이터가 6개뿐이다.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전국 7만 8469개 놀이터 중 통합놀이터 비율은 0.03%에 그친다.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려 노는 통합놀이터는 아이들의 장애인식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 딸(9)을 키우는 이혜연(53)씨는 “딸이 3년째 다니는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아이들은 우리 딸 아이의 상태를 따로 배우지 않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을 만들면서 장애인 접근성 지침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했다. 2010년 법 개정으로 민간·공공의 놀이시설 50%는 무장애 설계 요건을 반드시 갖추도록 했다.

영국 의회도 1995년 장애인차별금지법(DDA)을 만들면서 민간·공공의 모든 보육 시설이 장애 아동에게 낮은 수준이나 더 나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를 명시해 장애아동의 놀이터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싱가포르도 중앙정부가 통합놀이터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 강미정 권리옹호부장은 “(장애·비장애아동이) 분리된 놀이터는 평등하지 않다”면서 “통합놀이기구의 안전기준 마련 후속조치로 정부와 국회는 통합놀이기구가 놀이터에 설치될 수 있도록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설만 갖춘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게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민의 편견 어린 시선도 장애아동이 집 밖으로 나가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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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을 가진 아들(9)을 둔 강정아(43)씨는 “아이가 돌발 행동을 보일 때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우리 아이가 차라리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탔으면 사람들이 이해하고 존중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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