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층 사람들 ‘비서 매뉴얼’로 반격… 피해자측 “위험 경고 못했을 것”

[단독] 6층 사람들 ‘비서 매뉴얼’로 반격… 피해자측 “위험 경고 못했을 것”

입력 2020-07-27 00:06
수정 2020-07-2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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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故 박 전 시장 측근 이르면 오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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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2019년 7월 다른 업무로 전보될 때 후임 시장 비서를 위해 작성한 인수인계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2019년 7월 다른 업무로 전보될 때 후임 시장 비서를 위해 작성한 인수인계서.
성추행 피해호소 묵인 여부 집중 수사
측근 ‘인수인계서’ 무죄 입증자료 주장
문서엔 ‘시장 비서의 자부심’ 등 언급
경찰, 어떤 배경에서 작성됐나 확인 중
여성단체 “방조 혐의 피할 증거 못 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주변 비서진의 묵인·방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번 주부터 전·현직 비서진을 불러 조사한다. 이른바 박 시장의 측근으로 구성된 ‘6층 사람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선 것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와 이를 알고도 묵인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찰은 소환대상자 스스로 “무죄를 입증할 자료”라고 주장하는 서류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다른 곳으로 전보될 당시 지난해 7월 작성한 업무 인수인계서도 포함돼 있다. 이 문서에는 ‘시장 비서의 자부심’ 부분이 언급돼 있어 경찰도 관련 내용이 어떤 배경으로 작성됐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27일부터 박 전 시장의 전·현직 비서관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을 소환조사한다. 전직 인사 담당 비서관을 비롯해 고소인의 성추행 피해 호소를 묵인했다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22일 “피해자는 4년이 넘는 시간 약 20명의 전·현직 비서관에게 박 시장이 보낸 속옷차림 사진 등을 보여 주는 등 (성추행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전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환조사자들을 대상으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묵인했는지 ▲피해자의 인사이동 요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2015년 7월부터 4년 동안 비서실에 근무하는 동안 비서실장은 총 4명이다.

다만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이 강제추행 방조 혐의를 입증하려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부터 밝혀야 하는데 피고소인이 사망해 주변 증거로만 성추행 사실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실이 있는 신청사 6층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관련 물증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청 관계자는 향후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매일 진행되는 수사 상황을 확인해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전·현직 비서진으로부터 각종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피해자가 지난해 7월 전보될 당시 작성한 인수인계서도 포함돼 있다. 이 인수인계서는 피해자의 후임 비서들에게 전달됐다. 여기에는 시장 비서로서의 임무를 비롯해 마음가짐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비서로서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 만큼 주변인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의심하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비서’ 항목에는 “너무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라 가끔 자괴감 느낄지라도, 시정운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낮은 곳에서 작은 일부터 챙기는 역량 기르는 시간이라 생각하기”라는 대목이 있다. 또 “★상사를 위한 일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분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좋음”과 “★빈 공간에서 그분의 흔적과 대화하며 그분의 생활패턴, 습관, 철학 이해하기”도 있다.

‘◎최초 3선 서울시장, 민선 7기 시장 비서의 자부심’ 항목도 있다. “다른 부속실 비서들과 절대 다르니 자부심 느끼기. 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장관급, 차기 대선주자, 인품도 능력도 훌륭한 분이라 배울 것이 많음)”이란 내용이 있다.

피해자 측 김 변호사는 “해당 문서가 피해자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 대책위와 함께 논의해 보겠다”며 “피해자가 담당 업무를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처지에서 박 전 시장이 위험인물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당 문건이 관계자들이 방조·묵인 혐의를 피할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설사 피해자가 작성한게 맞더라도 일부 표현을 들어 (6층 사람들이) 성희롱 의혹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전형적인 피해자다움 강요”라고 주장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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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7-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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