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도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마주보고 그리며 편견 지우다

“난민도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마주보고 그리며 편견 지우다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8-12-13 00:42
수정 2018-12-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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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컬러풀 워크숍’ 기획한 최소연 미술가·수단 출신 난민 아담

예멘 출신 난민 수백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들썩였던 지난여름. 제주의 한 카페에서 예멘인 25명과 도민 25명이 1대1로 짝을 지어 나란히 앉았다. 탁자에는 종이와 목탄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그려나갔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편지도 썼다. 예멘 청년 얼굴의 이목구비를 유심히 관찰한 8살 한국인 여자아이는 우리말로 “예멘은 위험하니 우리나라에 있다가 가요”라고 적고 한국어 발음과 의미를 가르쳐줬다. 예멘 청년은 아랍어로 “한국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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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예멘 난민들이 참여한 ‘제주 컬러풀 워크숍’ 기획자 최소연(왼쪽)씨와 수단 출신 난민 아담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제주도민들과 난민들이 그림으로 소통하는 워크숍에는 예상보다 5배 이상 많은 총 100여명의 도민과 난민이 참여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예멘 난민들이 참여한 ‘제주 컬러풀 워크숍’ 기획자 최소연(왼쪽)씨와 수단 출신 난민 아담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제주도민들과 난민들이 그림으로 소통하는 워크숍에는 예상보다 5배 이상 많은 총 100여명의 도민과 난민이 참여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지난 8월 이틀간 ‘제주 컬러풀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최소연(50) 미술가와 수단 출신 난민 아담(31)이 기획했다. 예멘 난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혐오가 거세지는 것을 목격한 최씨는 선입견 없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친구인 아담에게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언어가 넘지 못하는 소통의 벽을 그림으로 넘을 수 있다고 믿었다.

두 사람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워크숍을 준비해 나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행사를 알리고 예멘인 숙소를 직접 뛰어다니며 참여를 독려했다. ‘난민 선배’이자 아랍어를 구사하는 아담이 나서자 예멘인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예멘 난민이 10명 정도 모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첫날에만 두 배를 넘어 25명이 모였다. 이 때문에 그림을 그릴 재료를 추가로 공수해야 했다. 둘째 날까지 모두 50명의 예멘인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씨는 그림 재료로 목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쟁으로 불타버린 집에서 목탄 하나를 건졌다고 가정하고 기록을 남겨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도 낯설어하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언어로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도 의사 소통은 충분했다. 최씨는 제주의 청년들과 함께 이틀간 그린 그림과 편지를 엮어 내년 초쯤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제주 컬러풀 워크숍’에서 제주도민들과 난민들이 서로를 그린 그림. 다우알가말도서관 제공
‘제주 컬러풀 워크숍’에서 제주도민들과 난민들이 서로를 그린 그림. 다우알가말도서관 제공
이 행사가 열린 이후 난민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도민들은 “뉴스로 접한 난민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들이 함께 안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사 첫날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던 이웃 할머니는 다음날 떡을 만들어 찾아오기도 했다. 최씨는 “막상 만나니 막연한 두려움도 눈 녹듯 사라졌다”면서 “종이와 목탄만으로 서로 무장해제될 수 있다는 게 예술의 힘인 것 같다”고 했다.

예멘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한국어라는 벽에 막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들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등 메시지를 적어내려 갔다. 워크숍의 결과물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가 하면 한국어로 쓴 자신의 이름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는 난민도 있었다. 지금도 행사에 참여한 한국인과 연락을 주고받는 예멘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온 지 7년 만인 지난 6월 난민으로 공식 인정받은 아담은 행사에서 통역을 전담했다. 아담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난민을 돕고, 한국 사회에도 난민이 그냥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서 “한국인들도 난민을 직접 만나 질문해 보고 소통해 보면 편견을 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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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컬러풀 워크숍에서 제주도민들과 난민들이 서로에게 쓴 편지. 다우알가말 도서관 제공
제주 컬러풀 워크숍에서 제주도민들과 난민들이 서로에게 쓴 편지.
다우알가말 도서관 제공
두 사람은 난민에 대한 기록을 쌓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다우알가말(아랍어로 ‘달빛’)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엮고 작업물을 관리하고 있다. 최씨는 “보이지 않는 사람일수록 그들이 존재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밤하늘 달빛처럼 캄캄한 현실 속 한 줄기 빛이 되자는 뜻을 담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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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8-12-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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