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공해’ 막는다더니… 지자체 조례 제정 뒷짐

‘빛 공해’ 막는다더니… 지자체 조례 제정 뒷짐

입력 2013-11-13 00:00
수정 2013-11-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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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방지법 시행 10개월 조명환경 관리구역 설정 ‘0’

지난 5월부터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교회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교회의 간판 조명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매일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교회는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아파트 주민 이모(54·여)씨는 “교회와 아파트 거실이 마주 보고 있어 밤마다 눈부신 조명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했다.

상가 건물의 간판이나 교회의 과도한 인공조명이 일으키는 ‘빛 공해’가 층간 소음만큼이나 이웃 간 ‘생활 갈등’을 불러오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뒷짐만 지고 있어 빛 공해 규제 법안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빛 공해의 구체적인 규제 등을 담을 지자체의 조례 제정이 늦어지면서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이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빛 공해 관리 대상이 되는 조명환경관리구역은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빛 공해 방지법은 광역자치단체별로 빛 공해 방지 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빛 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정도에 따라 1~4종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빛 공해 방지 대책 수립과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에 손을 놓고 있다. 준비 중인 지자체도 전국에서 서울시 1곳뿐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환경부와 함께 빛 공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에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들은 빛 공해 대책 수립과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 등 일부 지자체가 빛 공해 방지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례안 발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어느 지역의 빛 공해가 심하고 1~4종 가운데 어떤 수준으로 지정할지를 정할 수 있는데 지자체들이 예산 확보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빛 공해는 곳곳에서 이웃 간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상가와 주거 지역이 혼재된 도심뿐 아니라 골프장 등 강한 조명을 사용하는 시설물 인근의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 파주시에서 밭농사를 짓는 이정길(44)씨는 “지난해 동네 산을 깎아 들어선 골프장이 밤늦게까지 강한 인공조명을 켜는 탓에 수면에 방해를 받는 것은 물론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빛 공해가 국민들에게 신체적,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는 만큼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단법인 빛환경연구센터 관계자는 “선진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빛 공해를 심각한 공해로 인식하고 건물 간판 조명 등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직 빛 공해의 심각성과 개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지자체 등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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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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