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인의 날] 장애여성 출산 전문병원 없고… 장려예산은 쥐꼬리

[오늘 장애인의 날] 장애여성 출산 전문병원 없고… 장려예산은 쥐꼬리

입력 2010-04-20 00:00
수정 2010-04-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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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당하는 모성권

충북 청주에 사는 조우리(29)씨는 네살 난 아들을 키우는 뇌병변 장애 1급의 중증 장애여성이다. 4년 전 첫 아이를 임신하고 동네 산부인과를 찾은 조씨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큰 상처를 입었다. 초음파를 마친 의사가 건넨 첫마디는 “낙태수술 날짜를 언제로 잡을까요?”였다. 뇌병변 장애는 유전성이 크지 않음에도 조씨가 중증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산을 포기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꿋꿋하게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조씨의 말에 의사는 “그럼 출산은 큰 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조씨는 청주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에서 전신마취를 한 채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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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 부족과 장애여성의 모성권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9만 4000여명의 20~30대 장애여성들의 모성권이 무시당하고 있다.

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비장애여성에 비해 경제적, 신체적 부담이 크지만 지원 체계는 오히려 뒤떨어진다. 제주, 대구, 울산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장애여성에게 출산장려금을 지원해 주는 곳이 있지만, 그마저도 30만~100만원을 일시 지급하는 형태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육아 지원 도우미를 파견하는 홈헬퍼 사업을 운영하지만 올해 예산은 작년에 비해 50% 삭감된 3억원에 그쳤다.

장애여성을 전문적으로 지원해 주는 병원과 기관이 없어 부담은 배가된다. 임신한 장애여성들은 산부인과를 고를 때 유명하고 좋은 곳보다는 1층이거나 고층이더라도 엘리베이터가 꼭 있는 곳을 선호한다. 많은 장애여성들은 내진을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할 때마다 좁고 높은 침대에 스스로 올라가는 것이 힘들거나 불안했다고 호소한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장애인 산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데제린 쇼타라는 진행성 희귀병을 앓고 있는 최은주(37)씨는 첫째 아이 출산 후 장애 정도가 더 심해졌다. 출산 전 혼자 휠체어를 타고 움직였던 최씨는 지금은 남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최씨는 “산부인과 의사들조차 장애여성 출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장애여성의 출산에는 산부인과는 물론 재활의학과의 진찰을 받게 하는 등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산모를 부담스러워하는 병원이나 유전을 우려해 임신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은 장애여성들을 더 힘들게 한다. 2008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장애인 자녀 29만 7875명 중 부모의 장애를 물려받은 자녀는 3.4%에 해당하는 1만 127명에 그쳤다. 장명숙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는 “장애여성의 모성권에 대해 한번도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정부의 인식이 문제”라면서 “출산 장려금 지급, 대학병원 이상의 장애여성 전문병원 지정 등을 하루빨리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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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0-04-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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