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조단 중간조사 결과] 실종8인 가족들 “함수에라도 있다면…” 마지막 희망

[합조단 중간조사 결과] 실종8인 가족들 “함수에라도 있다면…” 마지막 희망

입력 2010-04-17 00:00
수정 2010-04-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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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협 “함미 수색 중단” 또한번의 결단

16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인근 원정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차분하게 수업을 듣고 있던 일곱살 가영이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가끔씩 먼 곳을 쳐다보기도 했다. 가영이 아빠는 2002년 제2연평해전 용사이지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로 여지껏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박경수 중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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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천안함 함미 내부에서 발견된 실종 장병들의 시신이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임시 안치소로 들어서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6일 천안함 함미 내부에서 발견된 실종 장병들의 시신이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임시 안치소로 들어서자 유가족들이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영이는 아빠가 탄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 일주일간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꿋꿋하게 학교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정초등학교에는 시신으로 돌아온 김경수 중사의 딸 다혜(8)양만 결석하고 나머지 실종자 및 사망자 자녀들은 모두 등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이들이 학교를 빠지면 오히려 주변 아이들이 신경을 쓰게 되고, 우리 아이에게 관심이 집중돼 평소와 같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도록 주문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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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 원정초등학교 앞에서 초등생 두 명이 하교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16일 해군2함대사령부 인근 원정초등학교 앞에서 초등생 두 명이 하교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원정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과학의 날’을 맞아 수업시간에 ‘상상화’를 그렸다. 가영이는 검은색 바탕의 우주에 파란색 지구, 노란색 별을 그렸다. 무한한 우주 공간에는 분홍색 로켓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제목은 정성스럽게 ‘로켓이 지구에 있는 거다’라고 썼다. 로켓 안에는 한 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었다. 아빠를 찾아나서려는 듯 로켓은 우주로 힘차게 향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슬픔에 잠긴 가영이를 깊이 배려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지난달 ‘가영이 아버지가 배(천안함)를 탔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심한 장난을 걸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같은 반인 고 김태석 상사의 딸 해강(7)양도 친구들의 배려로 씩씩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가영이의 담임 김은정씨는 “가영이는 학교를 마치고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아는데 사고 후에도 빠지지 않고 잘 다닌다.”면서 “어제 천안함 인양 이후에도 학교에서는 큰 내색하지 않고 꿋꿋했다.”고 전했다. 백성욱 원정초등학교 교감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직접 보살피면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시신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다. 실종자 박보람 하사 아버지 박봉석씨는 “희망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니다. 함수 부분도 있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창기 원사의 형 성기씨는 “동생의 시신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마지막 희망”이라며 “시신을 찾은 가족들을 보면 그게 너무 부럽다.”고 울먹였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도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하며 힘을 보탰다. 박경수 중사의 사촌형 경식씨는 “사망자로 신원이 확인된 다른 가족들도 다같이 남아서 끝까지 함께 수색과정을 지켜봤다.”면서 “자기 가족만 찾았다고 떠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실종자가족협의회는 해군 측에 “시신을 찾지 못한 8명의 실종자에 대한 함미 현장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공식 요청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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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윤샘이나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4-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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