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교황의 ‘나는 갈수 있다’는 ‘available’… 파격적 수준”

靑 “교황의 ‘나는 갈수 있다’는 ‘available’… 파격적 수준”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8-10-19 10:20
수정 2018-10-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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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교황 예방 뒷얘기 밝혀

지난밤 남과 북은 물론,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는 (북한에)갈 수 있다”는 파격 발언은 영어로는 ‘available(~만날 시간·여유가 있는)’에 해당한다고 청와대가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전해들은 뒤 “대통령의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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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문 대통령
교황과 문 대통령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선물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10.18
AP 연합뉴스
교황의 해외방문 일정이 해당국과 조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전 공개되는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양 방문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적극적인 의지가 담긴 파격 발언이라는게 청와대와 가톨릭 교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탈리아·교황청 공식방문 일정을 마친 뒤 다음 방문국인 벨기에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교황은 그 말(‘나는 갈 수 있다’)을 이탈리아어로 하셨고, 통역자로 유일하게 배석한 한현택 신부가 그것을 설명하면서 영어로 표현하면 ‘available’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 말씀을 문재인 대통령이 (예방이 끝난뒤 밖에서) 기다리던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하자 ‘아~’ 하며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available’은 사전적으로는 ‘(~를 만날) 시간·여유가 있는’이지만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의 위상이나 교황의 해외 방문 일정공개와 관련해 보수적인 교황청의 성향을 감안하면 교황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파격적인 수준의 반응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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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하는 문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0.18
연합뉴스
당초 일각에선 교황의 외국 방문은 대부분 ‘사목(司牧)’ 방문의 성격을 띠는 만큼 북한 방문에 장애물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에는 천주교 단체인 조선가톨릭협의회와 평양 장충성당 등이 있지만 사제는 없다. 신자 규모도 파악되지 않는다. 엄밀하게 해석하면 교황이 방북할 때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교황을 영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관습적인 교계의 전제조건들을 뛰어넘어 방북을 일찌감치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주교회의 안봉환 신부는 “가톨릭 수장인 교황은 평화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도모할 임무를 갖는다”며 “교황 방문으로 신앙 자유가 없는 북한 주민들이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은 가톨릭 용어로는 ‘개인(사적) 알현’에 해당한다. 통역 외에 배석자가 없으며 고해성사와 같은 영적 대화의 의미이기 때문에 비공개 및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청와대는 교황청과의 협의를 거쳐 이처럼 뒷얘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과의 교황의 만남에는 배석자 없이 교황청 관료조직인 쿠리아에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 사제인 한현택 신부가 통역으로 배석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청와대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나 한 신부에게 대화 내용을 전해 들은 뒤 취재기자들에게 전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때문에 면담이 끝나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곧바로 문 대통령과 한 신부에게 대화 내용을 물었다. 문 대통령이 주요 내용을 이야기하면 한 신부가 그 배경이나 정황 등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 면담을 마치고 나온 문 대통령의 표정은 약간 밝았다”면서 “윤 수석이 문 대통령에 면담 내용을 묻자 참모들이 그 주변으로 서서히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등 교황의 말씀에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문 대통령이) 말씀하시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교황의 파격 메시지는 청와대 참모들도 내심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 수준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문 대통령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만찬 등에서도 교황청 인사들은 교황이 문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할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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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ASEM 열리는 벨기에 도착
문 대통령, ASEM 열리는 벨기에 도착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현지시간) ASEM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 멜스부르크 공군 기지에 도착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10.19
연합뉴스
한편 전날 파롤린 국무원장이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면서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등을 말한 것은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의 도움 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 주교는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교황도 잘 알고 있다”며 “유 주교가 미사 전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직접 한국어 발음 방법 등을 알려주며 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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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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