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영웅적 지도력’ 아닌 협치의 시대… 진영 탈피한 통치능력 절실

[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영웅적 지도력’ 아닌 협치의 시대… 진영 탈피한 통치능력 절실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15-11-25 23:16
수정 2015-11-2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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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양김 시대’… 새로운 리더십은

현대 한국 정치사의 두 거두,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양김(兩金) 시대’가 막을 내리며 “영웅적 리더십의 시대는 갔다”고 한다. 민주화·산업화 기반이 닦이고 절차적 민주주의는 안착했지만, 2015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된 사회 갈등에 허덕이고 있다. 포스트 양김 시대로 접어든 지 13년째, 대한민국이 갈망하는 새로운 리더십은 무엇일까.

YS 정부에서 최장수(2년 7개월) 공보수석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5일 “지난 시절보다도 정치 지도자들의 자기 희생적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면서 “공동체나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이 속한 정파의 이익에만 매몰되다 보니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도덕적 권위가 모두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 19대 국회는 말로만 혁신을 외칠 뿐 여야 간 소통·통합은 외면한 채 서로 ‘상대 눈에 든 티끌’ 탓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장관은 “이제는 한 사람의 영웅적 지도자가 사회를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닌 뉴 거버넌스, 협치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가와 시민사회, 사회 각 영역 간 협치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인데 우리 정치인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훈련이 되어 있질 않다”고 지적했다. 이념 투쟁에 얽매였던 세대들이 국회로 활동무대만 옮겼을 뿐 사고의 전환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역시 입법부 설득 없이 전형적으로 혼자 끌고 가는 리더십”이라고 꼬집었다.

YS가 노동법 날치기 처리 등 정국 경색의 고비 때마다 야당 총재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돌파했던 사례도 회자된다. YS는 집권 시절 10차례 영수회담 테이블에 나왔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런 통 큰 소통이야말로 오늘날 복원해야 할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YS는 정치적 난제를 국회를 통해 풀려고 했던 의회주의자였다”면서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여야를 초월한 해법을 모색했던 점이야말로 현재 정치권에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YS·DJ 모두 국민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여야 모두 진보·보수의 이분법적이고 진영지향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이끌고 가는 지도자상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보듬을 줄 아는 ‘코디네이트(coordinate) 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YS의 유지인 ‘통합과 화합’은 곧 상대방을 인정할 줄 아는 공감과 같은 뜻”이라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양김의 리더십이 위기 돌파 리더십이었다면, 앞으로는 평시 상황을 관리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십, ‘위기관리형 리더십’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에 신속 대응하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영웅과 별개로 ‘전 계층을 아우를 사회의 큰 어른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YS의 정치적 후예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많아도 포용하고 소통했던 그의 리더십을 따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차기 지도자 욕심만 낼 게 아니라 민주주의 3.0 시대에 걸맞은 소통의 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해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런 희생적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야말로 큰 장작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YS는 “머리는 빌릴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치인 스스로 국가를 운영하는 통치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배종찬 리서치 앤 리서치 본부장은 “정치·경제·사회적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전문화되고 훈련된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의 일자리, 고령화 세대의 복지 등 이율배반적인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정무와 통치능력을 동시에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아 행정능력을 키우는 형태가 새 리더십의 훈련 형태로 부각될 전망이다.

미국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간파했던 지도자로 꼽힌다. 배 본부장은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어젠다가 무엇인지 꿰뚫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민심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한 예가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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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5-11-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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