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벽에 수직 숲 가꾸고 폐철도는 공중 정원 탈바꿈 [계절실종: 식물은 답을 알고 있다]

건물 외벽에 수직 숲 가꾸고 폐철도는 공중 정원 탈바꿈 [계절실종: 식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이은주 기자
입력 2024-10-29 03:18
수정 2024-10-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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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과 숲의 공생 택한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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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폭염·폭우에 대비해 도심의 녹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건물 두 동에 총 9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신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게 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버티컬’ 전경.
국지성 폭염·폭우에 대비해 도심의 녹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건물 두 동에 총 9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신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게 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버티컬’ 전경.


몇 분 만에 숨이 턱 막히는 더위, 몇십분 안에 도심을 집어삼키듯 쏟아지는 폭우. 이상기후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면한 현실이 됐다. 도시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야 하는 처지로 내밀렸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도심 속 녹지 확보에 안간힘을 쓰며 대응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폭염이 발생했을 때 녹지공원, 물길 옆 주변 180~300m까지 기온이 낮아지는 ‘쿨링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랜드마크 된 도심 속 ‘녹색 숨구멍’

이탈리아 경제도시 밀라노의 포르타 누오바 지구에 있는 ‘보스코 버티칼’은 신도시와 어우러지는 녹지 조성 사례로 유명하다. ‘수직의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6층과 18층, 두 개의 타워 발코니에 900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식물학자, 생태학자들과 3년간의 연구 끝에 살아 있는 듯한 녹색 건물을 만들어 냈다. 지난 9월 찾은 보스코 버티칼 주변에선 또 다른 마천루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미 지은 주변 건물의 베란다에도 잘 가꿔진 식물들이 많이 배치돼 있었다. 지구 전체로 ‘녹색 전염’이 번지는 모습이었다.

스위스 취리히는 더욱 과감한 실험을 감행했다. 산업화의 상징이던 기계공장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고 공장 자리에 MFO 공원을 조성했다. 17m 높이 철골 구조물은 104종의 덩굴식물로 뒤덮여 있다. 등나무, 클레마티스, 덩굴장미가 철제 프레임을 타고 올라가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식물에 각각 이름표를 붙여 놨는데 하나씩 확인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변 시민들은 이곳에서 음악회나 공연을 즐기거나 약속 장소로 이용하고 출퇴근길 녹지 통로로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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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폭염·폭우에 대비해 도심의 녹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폐철로를 야생초와 토종식물이 가득한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하이라인 공원.
국지성 폭염·폭우에 대비해 도심의 녹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폐철로를 야생초와 토종식물이 가득한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하이라인 공원.


●맨해튼, 식물 500종 심어 환골탈태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인 친환경 공간인 ‘하이라인’은 녹지의 재탄생을 끊임없이 보여 주는 곳이다. 1980년대 초 흉물로 방치된 고가 폐철도를 도시정원으로 가꾸자 주변 건축물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뉴욕시는 1.45마일(약 2.33㎞)에 걸쳐 이어지는 회색빛 철로를 따라 토종식물 위주로 500종 이상을 식재했다. 지난 8월 이곳에서 만난 시민 신디 창은 “도심 속 조용한 산책로인 하이라인은 뉴욕 사람들의 명소”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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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시들도 도심 녹지 확보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예컨대 정원도시를 표방한 서울시는 몇 년 전부터 집 근처에서 쉴 수 있는 도시정원, 국지성 폭우가 왔을 때 물을 담을 수 있는 홍수예방정원을 가꾸고 있다. 녹지의 새로운 쓸모를 알아 가고 있는 셈이다.
2024-10-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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