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4차 라인업에 작품을 올린 창작자들. 왼쪽부터 전인철 연줄, 김정민 작가, 최수진 안무가, 마정화 작가, 한아름 작가, 추정화 연출, 김민경 음악감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4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공연예술축제 ‘18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창작산실) 4차 라인업을 공개했다. 3월에 개막하는 작품들은 주목하지 않는 목소리를 복원하거나 고전을 비트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연극 ‘튤립’(3월 1~8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은 가족과 이름을 잃고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제국주의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1920년대 일본 도쿄의 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다섯 인물의 관계와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내면의 변화를 응시한다. 작품 안에서 일본 상류층 가정의 상징으로서 뿌리가 잘린 국화와 뿌리를 가진 튤립 화분을 대비했다.
전인철 연출은 “꽃의 대비를 통해 제국주의의 동화정책이 가능한 일인지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100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제국주의의 폭력은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는 일이라 그 안에서 개인들이 얼마나 잔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3월 7~1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또 다른 소외된 목소리에 집중한다. 1970년대 후반과 현재, 그 시대와 사회에 속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화교로 자란 마마, 가족들로부터 도망쳤지만 여전히 부양의 짐을 짊어진 엄마, 결혼으로 새로운 나라에 와 차별받는 꾸엔, 모든 이야기를 품고 떠나려는 나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서로 어긋나면서도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진실을 찾아간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이야기”라고 풀이한 마정화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모티브로 삼은 데 대해 “연극은 결국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오셀로’는 그 주제에 적합하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창작뮤지컬 ‘적토_고삐와 안장의 역사’(3월 7~29일, SH아트홀)와 ‘조커’(3월 12~29일, 극장 온)은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4차 라인업에 창작뮤지컬을 선보이는 창작자들. 왼쪽부터 ‘적토’의 한아름 작가, ‘조커’의 추정화 연출, ‘로져’의 김정민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적토’는 고전 ‘삼국지’를 군마(馬)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2022년 창작산실 창작 과정 지원과 2023년 대본 공모 선정작으로, 3년간 창작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퍼펫(인형)을 활용하지 않고 배우들이 군마 토적토와 절영(마)·해설을 맡아 참혹한 현실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한아름 작가는 “작품에서 고삐와 안장은 권력이자 시대의 상징, 개인의 선택을 의미한다”면서 “누군가의 등에 올라타 여기까지 왔다는 겸양을 떠올려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커(Joker)’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무대화했다.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예술이 갖는 저항의 의미와 이야기가 지닌 치유의 힘을 조명한다. 극작을 한 추정화 연출은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책임감을 갖고 글을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뇌하는 작품”이라며 “‘웃는 남자’ 속 주인공이 자신이 받은 폭력을 되갚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한 이유를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창작뮤지컬 ‘라져(ROGER)’는 하늘과 바다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 선 두 사람이 무전을 통해 소통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상처 앞에서 멈춰 선 이들에게 “당신의 목소리는 분명 닿았다”라는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김정민 작가는 “여러 가지 제약을 무대에서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할 수 있게 시각과 청각, 촉각까지 느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3월 5일~5월 31일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한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무용과 음악 작품은 현대 사회 구조와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다.
무용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3월 6~8일)는 보이지 않는 감시 구조인 ‘파놉티콘’을 소재로 했다. 개인이 감시받는 존재에서 감시하는 존재로 옮겨가는 과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구현했다. 최수진 안무가는 “반복되는 리듬이 일종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에 길들어져 가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했다”며 “시스템 속에서 위안을 찾고자 분투하는 우리들의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고 소개했다.
음악극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3월 13~15일)은 일렉트로닉, 오케스트라, 미디어아트를 결합시켜 차가운 기술 문명 속 인간적 감각을 탐구한다. 기술적 완성의 시대에 인간성은 무엇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김민경 연출은 “기술이 노화와 죽음 같은 인간의 한계마저 모두 극복한다면 인간에게 인간성은 어디 있겠느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작품”이라며 “자연스럽게 늙는 것을 택한 마지막 노인이 낭만을 전달했다고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전했다.
창작산실 4차 라인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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