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돌 맞은 북서울미술관이 빚어낸 ‘새 풍경’

열 돌 맞은 북서울미술관이 빚어낸 ‘새 풍경’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08-09 23:56
수정 2023-08-0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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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미술관 ‘기념전’ 개최
작가 10명 회화·조각·사진 전시
“과거와 미래 관통 새 공간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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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슬기 작가의 ‘현재 전시’(2023)는 지난 10년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포스터 이미지를 모았다.  정서린 기자
기슬기 작가의 ‘현재 전시’(2023)는 지난 10년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포스터 이미지를 모았다.
정서린 기자
미술관은 관람객에겐 작품과 대면하는 설렘의 장소이지만 근무자들에겐 노동의 공간이다. 늘 로비를 지키며 같은 풍경을 마주 보는 경비원, 미술관 곳곳을 단장하는 미화원이 드나드는 공간은 미술관의 숨겨진, 내밀한 얼굴들이다.

미술관에서 10년간 일해 온 직원 6명을 인터뷰해 완성한 SF 단편영화 ‘초록색 자기로 된 건축물’(권혜원 작가)은 이들의 동선을 따라 과거를 짚고 미래를 상상하며 시간의 뒤틀림 속 폐허가 돼도 살아남을 미술관의 공간들을 가늠해 보게 한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새로운 10년을 모색하는 작업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인 북서울미술관은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서울 북동부에 터를 잡으며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주민과 소통하는 미술관으로 성장해 왔다. 이 시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을 마련했다.

구기정, 권혜원, 기슬기, 김상진, 노은주, 박경률, 박성준, 박이소, 전병구 등 9명의 화가와 최재원 시인이 참여해 만든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작품 등이 전시회를 장식한다. 미술관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한 새로운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기슬기 작가의 ‘현재 전시’는 지난 10년간 열린 전시 포스터 91개로 전시장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벽을 채워 넣었다. 정보가 담긴 텍스트를 제거하거나 가독성을 손상시켜 홍보용 포스터로는 효용을 잃었다. 그러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들의 어울림은 그 자체로 새로운 생명력을 내뿜는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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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률 작가의 ‘만남의 광장’(2023)은 관람객들이 거닐며 건드리거나 망가뜨리는 ‘재배치’까지 작품으로 아우른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박경률 작가의 ‘만남의 광장’(2023)은 관람객들이 거닐며 건드리거나 망가뜨리는 ‘재배치’까지 작품으로 아우른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박경률 작가의 ‘만남의 광장’은 회화, 조각, 거울, 파, 오렌지, 줄 등 작품과 갖가지 사물을 전시장에 부려놓았다. 어린이 관람객이 많은 미술관이라 작품이 훼손되면 어쩌나 걱정될 테지만 그조차도 전시의 일부다. 전시장을 거니는 관람객이 배치된 작품을 건드리거나 망가뜨리는 ‘경험’과 그렇게 이뤄지는 ‘재배치’까지 ‘작품’의 경계 안으로 끌어들이며 작품과 관람객 간 소통이란 화두를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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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정 작가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깊은 곳’은 고밀도의 투명 상자 안에 실제 자연과 디지털 이미지의 자연을 뒤섞어 이질적이면서도 신비로운 풍경을 빚어냈다. 화학약품 처리를 해 형태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이끼와 죽은 나무 껍질 등으로 안을 채워 자연의 생기를 되살린 테라리엄(유리그릇이나 유리병에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근미래의 거실 장식장 같다. 오는 10월 25일까지.
2023-08-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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