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한가득… 추위 속 따스한 ‘이불’

분홍빛 한가득… 추위 속 따스한 ‘이불’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1-10-19 17:20
수정 2021-10-2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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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BB&M 갤러리 회화·조각 개인전

아크릴 페인트·돌가루 섞은 자개 ‘입체미’
“유기체·기계 결합, 평면에서도 구현 시도
매화·벚꽃에 들떠… 화사함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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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BB&M 갤러리 개관전 ‘이불’ 전시 전경. 아크릴 페인트와 자개로 표현한 입체 회화 ‘퍼듀’ 연작 사이에 바이오모픽 조각 ‘스틸’이 놓여 있다.
서울 성북구 BB&M 갤러리 개관전 ‘이불’ 전시 전경. 아크릴 페인트와 자개로 표현한 입체 회화 ‘퍼듀’ 연작 사이에 바이오모픽 조각 ‘스틸’이 놓여 있다.
때 이른 추위로 움츠러든 바깥 분위기와 달리 전시장 안은 봄기운이 감돌았다. 분홍색을 주조로 한 회화 작품들이 벚꽃처럼 화사했다. 순간적으로 ‘장소를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전시 주인공이 그동안 보여 줬던 강렬하고 도발적인 조각 작품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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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작가
이불 작가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불 작가 개인전 ‘이불’이 서울 성북구 BB&M 갤러리 개관전으로 다음달 27일까지 열린다. 지난 3~5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초기 10년간 작업을 갈무리한 대규모 회고전을 펼쳤던 이불은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 국내에선 공개하지 않았던 최신 연작들을 선보인다.

분홍과 노랑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진 ‘퍼듀’ 연작은 실크 위에 여러 겹의 아크릴 페인트와 돌가루를 섞은 자개를 사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한 회화다. 비정형의 추상적 이미지는 전시장에 함께 소개된 작가의 초기 바이오모픽 조각 ‘스틸’(2004)의 형태를 확대하고 변주한 것이다. 바이오모픽은 살아 있는 유기체의 모양에 근거한 추상 형태를 말한다. ‘스틸’은 생물과 기계의 결합을 다룬 이불의 대표 조각 시리즈 ‘사이보그’와 ‘아나그램’ 사이에 위치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유기체와 기계의 결합을 조각이 아닌 평면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지 시도하고 싶었다”면서 “조각 작업을 하기 전 드로잉하는 과정을 발전시켜 회화와 조각의 중간 형태인 입체 회화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뉴욕 전시에서 선보인 이후 외국에서는 몇 작품씩 꾸준히 발표했지만 국내에선 주로 대형 조각 전시가 열리는 바람에 소개할 기회가 없었다”는 작가는 “이러다간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작품 수가 많지 않음에도 전시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출품작은 조각 2점을 포함해 모두 13점이다.

‘실패한 유토피아’에 천착하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은 대부분 무채색 계열로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와 달리 분홍색을 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올봄 집에서 작업하는데 사방에 핀 매화, 벚꽃이 기분을 들뜨게 하더라”면서 “따스하고 화사한 기운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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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장에 걸린 자개 입체 회화의 또 다른 연작 ‘무제, (취약할 의향-벨벳)’ 시리즈에선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을 다룬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했던 4m 높이의 조각 ‘오바드’를 20% 규모로 축소해 제작한 ‘오바드를 위한 스터디’도 선보인다.

2021-10-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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