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70년 만의 국내 전시 뜻 깊어”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70년 만의 국내 전시 뜻 깊어”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1-04-20 17:00
수정 2021-04-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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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주 전시 총감독, “파리 가도 보기 어려워”
한국전쟁 소재로 전쟁 참상 고발한 반전 회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에서 첫 공개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품 110여점 전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국내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전시 총감독.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국내 전시를 기획한 서순주 전시 총감독.
“피카소가 ‘한국에서의 학살’을 발표한 지 올해로 꼭 70년입니다. 우리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거장의 작품을 마침내 국내에서 전시할 수 있어 기쁩니다.”

20세기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이 오는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서순주(58) 전시 총감독은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장 기관인 프랑스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에서도 이 작품을 전시하는 경우가 드물어 현지에 가도 보기 어렵다”면서 “한국인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에서의 학살’을 비롯해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이 소장한 유화, 판화, 도자기 등 110여점을 선보인다.

피카소가 1951년 1월 완성해 넉 달 뒤 파리 살롱 드메전에서 공개한 ‘한국에서의 학살’은 ‘게르니카’(1937), ‘시체구덩이’(1944~1946)와 더불어 피카소의 3대 반전(反戰) 회화로 꼽힌다. 가로 210㎝, 세로 110㎝ 대형 합판에 유화로 제작된 이 그림은 왼쪽에 공포에 질린 벌거벗은 여인과 아이들이, 오른쪽에 이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프랑스 공산당원이었던 피카소는 이 작품으로 공산주의자로 몰려 한동안 미국의 입국 기피 대상이 됐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미술학 박사인 서 감독은 “신천군 학살, 노근리 학살 등 특정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사건들이 외부에 알려진 건 1952년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가해 주체가 누구든 전쟁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가 입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보편적인 반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공산당 안에서도 명확하게 미군을 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카소를 비판했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국내에선 과거 반공법 때문에 반입이 거부됐고, 2000년대 이후 국공립 미술관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성사된 비결로 오랜 프랑스 생활에서 얻은 인적 네트워크와 20여년간 쌓은 전시 기획 경력을 꼽았다. 2004년 ‘샤갈전’을 시작으로 모네(2007), 반 고흐(2007~2008), 로댕(2010), 모딜리아니(2015) 등 대형 명화전을 이끈 것도 서 감독이다. 그는 “2006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위대한 세기-피카소전’을 기획할 때 들여오려다 실패했는데 15년 만에 뜻을 이루게 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주요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피카소미술관은 피카소 사후 유족들이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납하는 물납제를 통해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작품들을 모아 1985년 개관했다. 서 감독은 “코로나19로 해외 전시들이 취소되면서 우리가 빌려올 수 있는 작품 구성이 풍성해졌다”면서 “‘마리 테레즈의 초상’을 비롯해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시기별 활동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수준높은 작품들로 회고전을 꾸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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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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