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품 속 무명의 두 ‘천만 배우’…사진으로 본 정동극장 25년

같은 작품 속 무명의 두 ‘천만 배우’…사진으로 본 정동극장 25년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0-01-04 08:20
수정 2020-01-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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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 개관, 올해 25주년

한국영화 전설의 시작
한국영화 전설의 시작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 류승룡과 황정민. 이 둘은 23년 전 서울 정동극장 무대에 오른 가족뮤지컬 ‘나무꾼과 선녀’에 출연한 공통점이 있다. 정동극장 제공
1997년 서울 덕수궁 돌담길 옆 작은 극장 무대에 활을 든 긴 머리의 청년이 올랐다. 청년의 배역은 가족 뮤지컬 ‘나무꾼과 선녀’의 무장. 그를 알아주는 관객은 몇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이듬해 같은 무대에 같은 작품이 올랐다. 또 다른 한 청년은 그나마 큰 배역인 ‘나무꾼’으로 등장해 무대를 누볐다.
배우 황정민(가운데)이 1998년 서울 정동극장에서 가족뮤지컬 ‘나무꾼과 선녀’ 공연을 하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배우 황정민(가운데)이 1998년 서울 정동극장에서 가족뮤지컬 ‘나무꾼과 선녀’ 공연을 하고 있다. 정동극장 제공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두 청년은 모두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달고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대표 배우로 성장했다. 20여 년 전 ‘무장’ 류승룡과 ‘나무꾼’ 황정민은 작품을 올린 곳, 정동극장에서 배우의 꿈도 함께 키워갔다.
1999년 ‘난타’ 출연 당시 연출진과 동선 등을 논의하고 있는 배우 류승룡. 정동극장 제공
1999년 ‘난타’ 출연 당시 연출진과 동선 등을 논의하고 있는 배우 류승룡. 정동극장 제공
정동극장은 1995년 6월 17일 국립극단의 ‘허생전’과 함께 첫 문을 열었다. 1906년 건립된 한국 첫 서양식 사설극장 ‘원각사’의 맥을 잇는 순간이었다. 원각사는 이인직 소설 ‘은세계’를 연극으로 각색해 처음 무대에 올린 곳으로, 당시 신연극과 판소리, 창극 등을 주로 공연했으나 일제 강점기 때 문을 닫았다.

이후 1991년 연극과 국악계의 숙원이었던 전용극장 건립 요구에 따라 옛 원각사와 인접한 지금의 정동극장 자리에 신설 작업이 시작됐고, 개관 이후 한국 연극과 전통 문화공연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왔다. 손숙의 ‘어머니’(1999년),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 연극 ‘날 보러 와요’(1996년), 강부자의 ‘오구’(1999년), ‘난타’(1999년) 등 많은 작품이 정동극장을 만나면서 작품과 극장의 부흥기를 함께 만들어갔다.
1995년 6월 17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 내외가 테이프를 함께 자르며 정동극장 개관을 알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1995년 6월 17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 내외가 테이프를 함께 자르며 정동극장 개관을 알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한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중구에 인접한 위치 탓에 정치적 논쟁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은 2006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언론을 정동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정동극장은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공간인 동시에 미래를 만들어갈 상징적 의미를 담은 공간이었다. 이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문화관광부 산하 정동극장을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 장소로 제공한 것은 대관규칙 위반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2006년 4월 5일 정동극장에서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 장관. 서울신문 DB
2006년 4월 5일 정동극장에서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 장관. 서울신문 DB
이처럼 정동극장은 문화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서울의 상징성을 지닌 공간이었지만, 2010년 정부의 관광시장 육성 정책에 따른 외국 관광객 맞춤형 전통 상설극장 전략으로 정작 내국인들에게는 그 존재감이 점차 지워져 갔다.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은 ‘스물다섯, 정동 - 새로운 도약, 무한의 꿈’을 슬로건으로 걸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외국인 관객 중심 공연 전략을 수정, 내·외국인 중심 ‘전통에 기반한 제작극장’ 운영 등 변화에 시동을 걸었고 오는 16일 올해 주요 공연 프로그램과 극장 운영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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