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성관계 불법인데…“짧은 만남 원해요” 사우디의 변화

혼외 성관계 불법인데…“짧은 만남 원해요” 사우디의 변화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6-02-23 11:28
수정 2026-02-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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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엄격한 남녀 분리와 보수적 사회 분위기로 알려졌던 사우디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유 연애 문화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 이후 사우디 사회가 구조적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 참여 확대와 공공 공간에서의 남녀 분리 완화가 대표적이다.

비전 2030은 2016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과거 학교·직장·공공시설·행사장 등 대부분 공간에서 남녀를 엄격히 구분했던 관행이 점차 완화됐다. 초·중등학교를 제외한 고등교육기관에서는 남녀가 함께 수업을 듣는 환경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연애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교적 이유로 금기시되던 발렌타인데이에 연인들이 꽃과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나타났고, 수도 리야드 등 주요 도시 카페에서는 젊은 남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면이 흔해졌다고 WSJ는 전했다.

“재미있고 짧은 만남 원해요”…앱 속 달라진 풍경

변화를 가속한 요인으로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 지목된다. 특히 틴더 이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시장 정보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에서 틴더를 포함한 주요 데이팅 앱 다운로드 수는 약 350만 건에 달했다. 인구 약 3500만 명의 10% 수준이다.

앱에는 “재미있고 짧은 만남 원해요” 같은 문구가 등장한다. 갈고리 이모지를 올려두는 경우도 있는데, 영어 ‘hook’에서 유래한 은어로 일회성 만남을 뜻한다. 일부 젊은 이용자들은 얼굴과 이름, 학력 등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상대를 찾는다.

그러나 변화와 동시에 신중한 분위기도 공존한다.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한다. 만남 역시 외부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변화와 법·제도 간 속도 차이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사우디 법체계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기반해 혼외 성관계와 동성 관계를 엄격히 금지한다. 합의된 성관계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권단체들은 단속이 완화된 것처럼 보일 뿐 관련 법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태형·징역형은 물론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개혁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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