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민주주의 슈퍼볼’…한·미·러·인도 등 40억명 삶에 영향

새해는 ‘민주주의 슈퍼볼’…한·미·러·인도 등 40억명 삶에 영향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2-18 15:25
수정 2023-12-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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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선거 풍년으로 기록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40개가 넘는 나라에서 선거가 치러져 40억명 이상 유권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전 세계의 42%를 차지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새해 첫 달 대만 대선을 시작으로 11월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40차례 선거가 실시된다.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전례 없는 투표 축제’라면서 미국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super bowl)에 빗대 ‘민주주의 슈퍼볼’이라고 빗댔다.

이 매체는 “역설적으로, 고전적 형태의 자유 민주주의가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권위주의자와 독재자들, 헝가리의 극우 민족주의 정당, 베네수엘라부터 차드까지 군사쿠데타 모의자 및 이슬람 무장세력으로부터 실존적 공격을 받는” 일련의 선거가 진행된다고 짚었다.

나라별로 보면 ‘투표 축제’라기엔 위태로운 곳이 적지 않다. 이란에서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내년 3월 1일 총선이 치러진다.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등 강경보수 성향의 성직자들을 몰아낸다면 민주주의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겠지만, 이미 현실은 그와 다르다. 야당 후보자 중 25% 이상이 자격을 상실해 올바른 선거가 되지 않는다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보이콧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매체는 “2024년 최강 가짜 선거의 타이틀은 러시아에 돌아가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의 다섯번째 출마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제국 대관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선거가 큰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다음달 대만 선거는 중국의 압박 국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이 다시 승리한다면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강화할 수 있고, 결국 미국과 역내 다른 동맹국들을 빠르게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도 내년 봄 총선이 열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선을 야권 28개 정당의 연합인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INDIA)이 저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2024년은 지구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40개 나라에서 치러져 40억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2024년은 지구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40개 나라에서 치러져 40억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30년을 집권 중이지만, 이번에는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NC는 사상 최악의 전력난과 높은 실업률,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 등으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내년 선거에서 심판대에 오른다.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 튀니지, 가나, 르완다, 나미비아, 모잠비크, 세네갈, 토고, 남수단도 내년에 선거를 치른다.

전쟁이 민주주의 절차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 봄 5년 임기가 끝난다. 계엄령에 따라 선거 절차는 중단된 상태지만, 내부 갈등과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는 안전판으로서 선거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전쟁이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예정되지 않았던 선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쟁 지속 여부와 관계 없이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대중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핀란드에서 각각 선거가 있고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유럽이 또다시 이주민 대량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처럼 민족주의, 반이민, 외국인 혐오 등을 앞세운 극우 정당들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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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해 가장 큰 이벤트가 될 선거는 11월 2명의 고령 후보가 경쟁하는 미국 대선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를 민주주의 진영과 독재 진영으로 나누면서 내년 대선이 이번 세대를 결정짓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국제 질서가 또 요동을 치고, 이 시대의 균형추는 권위주의와 독재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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