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그맨 장난전화에…폴란드 대통령 ‘7분30초’ 회담

러시아 개그맨 장난전화에…폴란드 대통령 ‘7분30초’ 회담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11-24 12:00
수정 2022-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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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사일 위기 속에
“러와 전쟁 원하지 않아”

마크롱인 척 속여 두다 대통령과 통화한 러시아 코미디언들. 루튜브
마크롱인 척 속여 두다 대통령과 통화한 러시아 코미디언들. 루튜브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러시아제 미사일의 낙하로 폴란드 주민 2명이 사망했던 지난 15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의 전화에 속아 전쟁 관련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을 속여 전화 통화한 내용을 러시아 동영상 사이트 ‘루튜브’에 올렸다”며 “폴란드 대통령실이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두다 대통령에게 사칭 전화를 건 러시아 코미디언들은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다. 이들은 유력 인사를 사칭해 다른 국가 지도자들을 속이는 영상을 ‘러튜브’에 올려왔다.

두다 대통령은 이들과 7분30초나 통화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을 러시아 책임이라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니다”라고 답했다.
폴란드-우크라이나 대통령
폴란드-우크라이나 대통령 2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마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 EPA 연합뉴스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낸 러시아 코미디언이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두다 대통령은 “(나토 조약) 4조만 말하는 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당시 전 세계는 사건이 러시아의 폴란드 공격으로 판정되면 집단방위 조약이 발동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세계 정상들의 전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두다 대통령이 수상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정부는 두다 대통령을 속인 코미디언들이 연락처를 입수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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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반과 넥서스는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해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이들에게 속았다. BBC는 “이들이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러시아 관영 방송이 이들에게 긍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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