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이제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열린세상] 이제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다/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 종양학 교수

입력 2011-09-09 00:00
수정 2011-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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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대표주자인 휼렛패커드(HP)가 개인용컴퓨터(PC)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1990년대 IBM이 대형 컴퓨터에 매달리다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컴퓨터 산업에서 퇴출됐듯이 HP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기술 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사라지는 것이 냉엄한 비즈니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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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 교수
원자력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성과 높은 경제성으로 승승장구하던 원자력 산업이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번 사고가 탈(脫)원전의 신호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기후변화 문제와 높은 석유 및 가스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 경제국들의 소비 증가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면서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에 대한 매력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를 계속 이용하려면 더욱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경제성도 있는 것으로 논의되는 소형 원전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원전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1985년 대형 원자로의 안전성과 사고 시 피해의 최소화가 거론되면서, 스웨덴 회사의 카롤로프 스키게 박사가 5차 태평양 원자력회의 논문에서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몇개의 블록으로 조립 및 분해가 가능한 소형 원자로로 개발하는 데 대해 발표했다. 26년이 지난 지금 원자력계에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미래 원전 기술로 소형 원전을 꼽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인지한 미국은 원자력 산업에서 상실한 리더십 회복을 위해 미래 원자로인 소형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소형 원전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을 제안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미 3~4개의 소형 원전을 개발해 인허가 신청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원전 이용 확대와 원전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원자력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러한 정책의 부산물로 2년 전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원전 수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른 시간 내에 한국형 제1세대 소형 원전인 SMART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계획대로 상용화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인 제2세대 소형 원전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원자로를 레고블록처럼 쌓아서 원하는 용량의 원자력 발전소를 만든다면 어떨까? 바로 지식경제부에서 2020년대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제2세대 소형 원전이 이러한 모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2015년까지 상용화하기로 한 SMART 개발과 중복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저지하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컴퓨터, 휴대전화의 경우 최초 개발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번 시장에 나오면 잠깐 사이에 대중화되면서 다양해진다. 소형 원전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개발된 소형 원자로인 SMART가 실용화 단계에 와 있고 지경부에서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조금 늦기는 했지만 SMART와는 조금 다른 유형의 소형원전인 SMR(small modular reactor)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을 중복 투자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모든 장비들이 소형화되고 다양화되는 현 사회에서 오직 한 가지 타입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소형 원자로 개발에 대한 원천기술을 국내 원자력계가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것이 하나로 결합된 일체형 소형 원자로인 SMART 개발자들과 잘 협력한다면 제2세대 타입인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블록형 소형 원자로는 좀 더 이른 시간 내에 적은 비용으로 개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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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총력을 기울여도 경쟁하기가 버거운 현실에서 부처 간 갈등으로 시간만 낭비하거나 안주하면 IBM이나 HP처럼 외부의 환경 변화로 퇴출을 맞는 ‘개구리 신드롬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2011-09-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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