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슈퍼마켓의 냉장 설비 온도가 하룻밤 새 50도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11일 밤 벌어진 사이버 공격으로 약 700곳이 피해를 봤다. 피해 상점 중 한 곳인 인터마르셰 운영사는 매장 냉장 설비가 6시간 동안 50도로 가열돼 해당 식품을 모두 버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매장도 있었다.
이후 공격은 유럽 10여 개국으로 번졌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미국 등지에 매장을 둔 네덜란드 유통업체 아홀드 델레이즈는 4분기 매출이 최대 2억 5000만 유로 줄 것으로 내다봤다.
냉장 설비를 데운 수법은 해킹. 매장 냉장 설비를 유지보수 업체가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인터넷에 연결한 경우가 많은데, 해커가 이 제어 장치에 접속해 온도 설정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훔치는 대신 현실의 설비를 움직이는 이런 공격을 ‘사이버 물리 공격’이라고 부른다.
실력을 뽐내는 해커와 돈을 노리는 해커가 따로 있듯, 사이버 물리 공격에도 경중이 있다. 마트 냉장고가 뚫리면 식품을 잃는 데 그치지만, 지난 2일 프랑스 혈액원 시설 공격은 보건 시스템까지 위협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영하 30도 냉동 상태로 혈장을 보관하던 시설 3곳의 온도 기준값이 110도까지 오르도록 조작됐다. 다행히 경보를 들은 직원들이 혈액을 다른 냉장고로 옮겨 손실은 없었지만, 의약품 창고나 데이터센터 냉각 장치처럼 원격으로 온도를 관리하는 시설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졌다.
사이버 물리 공격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무렵 악성코드 스턱스넷이 이란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를 망가뜨렸고, 2024년 1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선 리비우의 아파트 600여 동의 난방이 악성코드 공격으로 끊긴 적이 있다. 전쟁에 쓰이던 기술이 일상의 마트와 혈액원을 침범한 셈이다. 해커들이 미국의 교통과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2007년의 오락 영화 ‘다이하드 4.0’을 이젠 비상용 교본 삼아 다시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2026-11-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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