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일제 피해자 마스크 지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제 피해자 마스크 지원/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20-08-27 20:28
수정 2020-08-2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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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폭피해자협회를 비롯한 일제 피해자들이 8월 초 일본 원폭 피해자들에게 마스크를 보냈다. 당초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를 보내려 했으나 마스크가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대한적십자사 도움으로 정부의 ‘우송 허가’를 받아내 가까스로 성사됐다고 한다.

경주시가 지난 5월 자매도시인 일본 교토와 나라시에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를 지원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이 주낙영 시장을 ‘배신자’로 매도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주 시장 해임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스크 지원에는 원폭피해자협회의 5000장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2000장, 강제징용 피해자 고 이화섭씨의 딸 이윤재(77)씨가 부이사장으로 있는 일제피해자공제조합 2000장 등 일제강점기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원폭피해자협회 등의 지원이 의미 있는 것은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가 일본 우익의 방해나 매도가 예상되는데도 흔쾌히 한국 지원을 받아들인 점이다. 피단협은 원폭피해자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마스크는 일본 전국의 원폭 피해자들에게 보냈으며 마스크를 받은 피해자들은 코로나로 한국도 힘든 때에 저희들에게까지 지원해 줘서 고맙다”고 사의를 전했다.

이규열 원폭피해자협회장은 “일본의 원폭 피해자와 단체들로부터 지금까지 도움만 받아 오다가 이번에 한국 측이 일본을 돕는 지원을 하게 돼 기쁘다”면서 “일본의 피폭 생존자가 15만명인데 이들에게 1장씩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모금과 추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에 등록된 원폭 피해 1세대 2160명은 일본 정부로부터 다달이 40만원 미만의 ‘건강관리수당’을 받는다. 일제 피해 구제에 인색한 일본 정부가 한국 원폭 피해자에게 보상적 성격의 지원을 하는 이유는 ‘손진두 재판’으로 유명한 1978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격) 판결에 따른 것이다.

이 판결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은 전후 보상 문제가 존재한다는 인식의 지평을 열었다. 일제 시대 피해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협정에 의해 소멸되지 않았음을 일본 법원과 정부가 인정한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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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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