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콩글리시 브랜드/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콩글리시 브랜드/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5-10-29 17:58
수정 2015-10-2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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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홍보에 무척 신경을 썼다. 기업처럼 홍보하고자 했는데 그때 나온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하이 서울’(Hi Seoul) 슬로건이다. 기업의 CI(통합된 이미지 기업) 작업을 서울시에 도입하면서 나온 첫 작품이었다.

이 슬로건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민들이 응모한 후보작 가운데 외국인들은 ‘솔오브서울’(Soul of Seoul)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에게 그 뜻이 잘 와 닿지 않는다고 해 결국 전문가와 논의 끝에 이 시장이 ‘하이서울’을 선택했다. ‘부르기 쉽고 뜻이 분명하다’는 이유였다.

이제 ‘하이서울’ 슬로건은 만든 지 13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아이서울유’(I.SEOUL.U-나와 너의 서울)가 서울시의 새로운 브랜드로 결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의 새 슬로건을 놓고 말들이 많다. 우선 ‘소통’의 문제가 제기된다. 서울시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라면 몇 단어로 서울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도 서울시의 ‘친절한’ 통역 없이는 무슨 뜻인지 ‘해석’이 어렵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 측은 “서울을 중심으로 나와 너가 이어져 있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명사인 서울을 동사로 사용하는 바람에 외국인들에게는 문법에도 맞지 않는 콩글리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곰탕(Bear Tang), 육회(sixtimes), 생태찌개(dynamic stew), 칼국수(knife-cut noodle)와 같은 엉터리 한식 메뉴판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특파원을 지낸 존 버튼이 최근 한 영자신문에 ‘서울의 끔찍한 새 슬로건’이라는 칼럼에서 콩글리시 ‘아이서울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서울시의 ‘무모한 헛발질’(druken challange)이라고 혹평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서울시가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잘못된 결과를 인정하고 새로 작업하라”고 조언했다.

사실 기존의 ‘하이서울’도 사람이 아닌 서울시에 하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며 문법적 오류 논란이 있었다. 그렇지만 뜻은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이 됐다. 더구나 이 슬로건은 부족하긴 해도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왜 굳이 예산을 들여 새 슬로건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시민들이 많다. 만에 하나 ‘박원순표’ 슬로건이 필요했다면 더 잘 만들었어야 했다. 관광 한국의 허브인 서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뉴욕시의 ‘아이러브뉴욕’처럼 지속 가능한 슬로건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는 것도 방법이다. 뜻도 모를 정체불명의 슬로건을 내놓고 시민들에게 인기투표 식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좀 무책임해 보인다. 뉴욕의 그 멋진 슬로건이 그래픽 디자이너 한 명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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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5-10-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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