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눈이 즐거웠던 기억만 소환하는 건 아니다. 군 복무 시절 눈은 전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산기슭에 위치한 탄약부대에서 근무했는데 한번 눈이 내리면 사나흘은 제설 작업을 했다. 다 치웠다 싶으면 또 내리던 눈이 참 야속했다.
창밖의 눈발이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이젠 눈을 치울 일도 없는데 반가움보단 걱정이 앞선다. 차를 몰고 나간 가족, 내일 아침 출근길이 걱정이다. 어릴 적 날 부르던 어머니의 마음도 이랬을 것이다.
2022-12-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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