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육대란 급한 불부터 끄라

[사설] 보육대란 급한 불부터 끄라

입력 2016-01-21 18:02
수정 2016-01-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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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던 보육대란이 기어이 터졌다. 누구도 아닌 코흘리개들 민생이 걸린 일이다. 중앙정부와 교육청, 정치권이 몇 달째 한심한 기싸움을 벌였어도 어떻게든 막판 수습을 하리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 상식선의 기대마저 무너졌다. 국민들은 화병이 날 지경이다.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4개 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그제까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한 유치원들은 이달치 교사 월급을 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아이들 급식, 거래처 결제가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됐다. 경영 위기의 사립 유치원들이 유치원비를 올리겠다고 나서니 학부모들로서는 날벼락이다. 아이 한 명에 한 달에 몇십만원씩 더 부담하는 것이 보통의 가정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두 달 더 기다리면 해결될 일인지, 지금이라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말아야 할지 답답한 마음에 이중고를 겪는다.

당장 이달부터 누리예산이 구멍 난 지역의 어린이만 해도 25만명이 넘는다. 이런데도 여전히 핑퐁 공방 중이다.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교육청과 의회는 대통령 공약이니 정부 책임이라는 주장으로 버틴다. 정부는 누리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졸속 시행령을 만들고는 교육청을 겁박한다. 대란이 터지든 말든 여당은 정부 편만 들고 앉았다. 정부 책임만 따지던 야당은 이제야 협의체를 만들자고 뒷북 대응이다. 어제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은 각자 할 말만 되풀이했다. 도대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치원 누리예산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지방의회는 모두 야당 의원이 다수인 곳들이다. 교육감과 시·도의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누리과정 복지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의회와 교육청이 성의만 있다면 지금의 보육대란은 막을 수 있어 보인다. 전국 17개 교육청 중 울산, 세종, 충남, 경북 등 11개 교육청은 일부 예산을 편성했다. 경기도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두 달치를 추가 편성해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고 나섰다. 그런데도 중앙정부의 돈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교육청도 있다. 추경 편성 등 해결 노력을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교육감과 단체장들은 진정성을 의심받아 마땅하다.

누리과정 예산이 국고에서 나오든 지자체 지갑에서 나오든 국민 세금이라는 사실은 한 가지다. 네 탓 공방을 그치고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교육청과 의회 앞에서 시위하는 국민들이 근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 실망한 까닭은 그래서다. 이런 난리에도 교육부는 누리과정 문제를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모르쇠로 고개만 모로 꼬고 있는 청와대에도 국민들은 크게 상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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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파국에서라면 어떻든 정부가 한발 먼저 물러서 교육청들의 협조를 구하는 게 최선이다. 의회들은 예산 재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태를 함께 수습하길 바란다. 그런 다음에 보육대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리과정 예산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2016-0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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