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땅’ 매각 불발… 말 바꾼 서울시

‘송현동 땅’ 매각 불발… 말 바꾼 서울시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20-11-26 17:58
수정 2020-11-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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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서명 전날 “계약날짜 특정 말자” 요구
‘면허시험장 교환’ 마포 반발에 주춤하자
대한항공 결렬 선언… 협상 주도권 포석도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 매각이 ‘9부 능선’까지 왔다가 돌연 무산됐다. 서명식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서울시가 대한항공과의 합의 문구를 고치자고 요구하면서 합의가 깨졌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2021년 4월 30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합의 문구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송현동 땅 매매 계약이 서울시의회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날짜를 못박지 않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막아 달라”며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으며, 권익위는 중재를 시도한 끝에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지니는 조정문을 도출했다. 조정문에는 서울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맞교환 부지를 결정하면 대한항공과 LH가 내년 4월 30일까지 매매 계약을 맺고, LH는 대금의 상당 비율을 대한항공에 지급한 뒤 서울시와 LH의 시유지 교환이 끝나면 잔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시가 송현동 땅을 얻는 대신 LH에 내주는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초고층 공공주택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마포구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서울시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대한항공이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권익위의 조정회의에 참석한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지난 23일에도 조정문에 이견이 없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최종 회신했었는데 서울시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3조 8000억원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송현동 땅 매각이 절실한 대한항공이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합의를 결렬시킨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역 사회 여론을 의식해 매매 계약에 대한 확답을 피하자 대한항공이 ‘합의 파기’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조속한 매매 계약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권익위를 통한 조정이 성사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혀 협상이 재개될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도 “매매 계약 시점에 대해 입장을 낸 것일 뿐 말이 바뀐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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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20-11-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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