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 + SPA 동시선택 법적소송 가는 길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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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7 00:00
수정 2010-12-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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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현대그룹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사실상 박탈

16일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3개 기관이 현대그룹과의 딜을 종료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더 이상 시간을 끌어 봐야 시끄러운 논란만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가 자금 출처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판단된 만큼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여기에 현대그룹과의 불가피한 소송전에 대비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승인안도 함께 전체 회의에 올려 채권단이 법률적으로 가장 유리한 방안을 택했다. 채권단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거부하면 현대그룹도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이날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현대그룹과 사실상 매각 협상을 종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까지 수십 차례 의견을 교환했다. 3개 기관은 그동안 적지 않은 의견 차이로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날만큼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 중심엔 외환은행의 달라진 태도가 컸다.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단독으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정도로 매각에 속도를 냈던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의혹이 커지면서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본부장과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이사, 백국종 우리은행 기업개선지원단장 등 3개 기관 임원들은 오전 8시쯤 서울 모처에서 조찬 회동을 가졌다. 전날 주주협의회 실무자회의에 참석했던 직원들에게 사전 설명을 들은 상태였다. 임원들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가 불충분하다는 법률자문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현대그룹과 더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임원들이 그려 놓은 큰 그림을 바탕으로 실무진들은 구체적인 안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3개 기관의 전화는 쉴 새 없이 통화 중이었다. 이메일도 수십 차례 오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와 법률자문사의 의견을 구하면서 문구 하나, 토씨 하나 다듬어 나갔다.”고 전했다.

실무진의 과제는 최대한 소송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현대그룹이 법원에 제출한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도 걸림돌이었다.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려면 MOU 해지 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다시 현대그룹과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등 채권단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영위원회는 협상 자체를 종료할 수 있도록 본계약 체결 부분을 안건에 집어넣기로 했다. 매각이 무산되기 쉽도록 ‘본계약 체결 승인안’을 선택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 승인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기준으로 채권단 8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면서 “반대로 의결권을 20% 이상 가진 3대 주주 중 한 곳만 반대해도 부결되기 때문에 매각이 곧바로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신중하게 안건을 조율했기 때문에 법적 안전장치들을 넣고 빼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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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0-12-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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