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사장 진퇴에도 입김…영향력 커진 ‘팬심’

[프로야구] 감독·사장 진퇴에도 입김…영향력 커진 ‘팬심’

입력 2014-11-06 00:00
수정 2014-11-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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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CC) TV 사찰 논란과 관련 사의를 표명한 최하진(왼쪽) 롯데 자이언츠 사장과 사퇴한 배재후 롯데 단장.   연합뉴스 DB
폐쇄회로(CC) TV 사찰 논란과 관련 사의를 표명한 최하진(왼쪽) 롯데 자이언츠 사장과 사퇴한 배재후 롯데 단장.
연합뉴스 DB
프로야구판에서 팬의 마음, 즉 ‘팬심’이 감독과 구단 경영진의 진퇴에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시대가 왔다.

최하진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가 6일 사의를 밝혔다.

감독 선임 문제로 표면화된 구단과 선수단 사이 갈등이 원정경기 시 숙소 내 폐쇄회로(CC) TV로 구단 측이 선수들을 사찰했다는 논란으로 비화하자 야구단 운영의 책임자인 최 사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전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롯데 구단의 선수단 사찰이 사실이라는 문건을 공개하고 최 사장이 사찰과 직접 관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들끓은 팬심이 최 사장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성난 롯데 팬 150여 명은 5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롯데 구단 프런트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프런트가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면서 “책임·능력·상식이 없는 ‘3무’ 프런트는 물러나고 자이언츠를 부산시민에게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팬까지 등을 돌린 마당에 최 사장은 더 버틸 명분을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최 사장의 사의 표명에 앞서 한국프로야구는 팬들의 요구에 감독의 진퇴가 판가름나는 모습도 지켜봤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달 19일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팬들의 반발에 부딪혀 재계약한 지 엿새 만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구단이 지난 3년간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선 감독과 재계약하자마자 ‘팬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선 감독이 구단 홈페이지에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팀 운영 방안 등을 밝혔지만 단단히 뿔 난 팬심은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반면 ‘야신’ 김성근 감독은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 이글스 팬들의 간절한 바람을 등에 업고 3년여 만에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프로야구 종료 직전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를 선언하고, 한화를 2년 동안 지휘한 김응용 감독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한화의 김성근 감독 영입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한화 구단에서는 김 감독에게 사령탑 직을 맡기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화 팬들이 “김성근 감독을 한화의 10대 사령탑으로 모시자”고 인터넷 청원을 하고 서울시 종로구 한화 본사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는 등 구단과 모기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는 그제서야 김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고, 구단 사장과 김 감독의 만남이 이뤄졌다.

팬들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최종 결재권은 여전히 구단이 갖고 있지만 최고위층의 선호와 이에 따른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져왔던 기존 감독 인선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사장이나 단장 등 구단 경영진은 물론 감독 인사에 팬들이 개입하는 일은 드물었다.

구단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최근의 흐름이 인사권 등 고유 권한까지 팬들이 쥐락펴락하려는 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성근 감독도 한화 사장을 만나기 전 “나를 좋게 봐주신 팬들께 고맙다”면서도 “하지만 사령탑을 선임하는 건 구단이다. 여론이 만들어낸 감독이라는 평가는 정말 부담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앞으로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팬들은 더 적극적으로 구단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프로스포츠, 특히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는 팬들의 의사를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경기를 보고 즐기는데 그쳤던 팬들도 이제는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 대한 애정, 소속감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구단과 일체감을 느끼려 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정보공유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팬들의 요구가 구단 운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은 갈수록 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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