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10R… 졌지만 빛난 맥그리거

투혼의 10R… 졌지만 빛난 맥그리거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8-27 22:26
수정 2017-08-28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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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vs 격투기 ‘세기의 대결’

50전 전승이란 전무후무할 업적을 남긴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보다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도전이 더욱 빛났다.

맥그리거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웰터급(69.85㎏ 이하) 대결 초반 백전노장 메이웨더를 당황시킬 만큼 위대한 도전 정신을 보였으나 결국 체력의 열세를 드러내며 10라운드 1분05초 만에 TKO로 졌다.

하지만 3라운드까지 그의 선전은 눈부셨다. 1회와 2회 전광석화 같은 주먹을 내뻗어 메이웨더를 움찔하게 만들었고 3회 중반 그의 왼손 펀치를 메이웨더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장면도 나왔다.

어릴 적부터 복싱을 했으며 종합격투기(MMA)에 입문한 뒤에도 복싱을 갈고닦았다곤 하지만 이날 프로복싱 데뷔전을 치른 맥그리거가 이렇듯 숨막히는 접전을 펼칠 것이라고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더욱이 상대는 오스카 델라 호야, 리키 해튼,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 매니 파키아오(39·필리핀) 등 쟁쟁한 복서들을 모두 잠재운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주눅들지 않고 중반 이후 흐름을 빼앗겨 잔주먹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MMA와 UFC의 자존심을 보여 주겠다는 결의를 드러내며 캔버스에 드러눕지 않았다.

9회 되살아나 몇 차례 결정적인 펀치를 메이웨더의 얼굴에 작렬했지만 끝내 5라운드 5분을 뛰는 MMA와 12라운드 3분을 뛰는 복싱의 차이, 피하고 쉴 곳이 많은 ‘케이지’(옥타곤)와 도망갈 곳을 찾을 수 없는 사각 링의 차이를 절감했다.

메이웨더는 로키 마르시아노(49전 49승)를 넘어 복싱 사상 처음으로 50승 무패의 금자탑을 세웠다. 하지만 데뷔전을 치른 상대에게 10라운드까지 끌려가 명성에 금이 가게 됐다. 복부 공격과 좌우 스트레이트 공격은 단발에 그쳤다. 연타 공격이 나오지 않은 것도 2년 만에 링에 복귀한 그에게 정말 링을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웅변했다.

로버트 버드 주심은 다리가 완전히 풀린 맥그리거를 멈춰 세웠다. 맥그리거는 몇 차례나 심판의 경기 중단이 너무 빨랐다고 불평했다. 동감하는 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시간이 더 주어졌더라도 승부를 바꾸진 못했으리라는 게 중평이다. 9라운드까지 세 채점관은 87-83, 89-82, 89-81로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줬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최소 대전료로 각각 1억 달러(약 1127억원)와 3000만 달러(약 338억원)를 챙기고 페이퍼뷰 시청료나 입장 수입 배당금 등을 더한다. AFP통신은 메이웨더가 2억 달러, 맥그리거가 1억 달러를 주머니에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메이웨더가 2년 전 파키아오와의 대결 때의 2억 5000만 달러보다 웃돌지 주목되는데 영국 BBC는 3억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파키아오는 “기회를 붙잡은 맥그리거에게 존경을, 50승을 일군 메이웨더에게 축하를”이라고 밝혔다.

맥그리거의 ‘사장님’인 데이나 화이트는 그의 다음 상대로 스파링파트너였던 두 체급 세계챔피언 출신 폴리 말리그나기(37·미국)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메이웨더는 전날 계체량과 이날 경기 뒤 “마지막 싸움”이라고 단언했는데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 은퇴를 번복할 때마다 대전료가 치솟은 전력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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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08-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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