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멈춰요” 비명에도 기사는 “어, 어”

승객들 “멈춰요” 비명에도 기사는 “어, 어”

입력 2014-03-21 00:00
수정 2014-06-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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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시내버스 추돌 미스터리

지난 19일 오후 11시 43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염모(60)씨가 몰던 3318번 시내버스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연달아 들이받았다. 승객들은 공포에 질렸다. 1차 추돌 뒤 버스가 속도를 더하자 승객들은 “(기사) 아저씨, 멈추세요”라고 수차례 외쳤다. 하지만 염씨는 “어, 어”라고만 짧게 외칠 뿐 1.2㎞가량을 더 달렸다. 11시 46분,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 3대와 승용차를 스친 뒤 4차로에서 대기하던 30-1번 시내버스를 들이받고 나서야 비로소 멈췄다.





한밤중 서울시내에서 시내버스가 질주하면서 여러 대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20일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3318번 버스에는 승객 3명이 타고 있었고 30-1번 버스에는 7명 이상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3318번 버스 운전기사 염씨와 30-1번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이모(19)군 등 2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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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사망과 블랙박스 파손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운전자의 건강 이상, 차체 결함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등에서 확보된 동영상을 바탕으로 당시 3318번 버스가 과속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전후 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사고를 막으려고 핸들을 꺾는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방어 운전을 한 정황이 없었다”면서 “운전자에게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갑작스러운 이상 증세가 왔을 가능성과 음주 운전, 차체 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염씨의 부검과 파손된 블랙박스 영상 복원을 의뢰했다. 염씨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고인에게 정신병력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회사인 송파상운 측에서도 “정기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으며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완주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전 버스에 달린 위성항법장치(GPS)가 꺼진 점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송파상운에 따르면 버스의 GPS가 오후 11시 42분 19초에 꺼졌다. 송파상운 관계자는 “버스 왼쪽에 달려 있는 GPS는 일부러 끄지 않으면 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버스 내 폐쇄회로(CC)TV에는 염씨가 사고 직전 리타더(보조제동장치)를 올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염씨는 1996년부터 버스를 운전한 베테랑으로 지난해 해당 버스가 들어오면서 도맡아 운전을 해 왔다. 차량 결함도 없었다는 게 버스회사의 주장이다. 사고 차량은 지난해 들여온 현대자동차 뉴슈퍼에어로시티 저상버스로 종합점검과 전날 운행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송파상운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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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3-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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