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도 분장인 줄 알았다”…‘악몽’된 핼러윈 축제

“경찰차도 분장인 줄 알았다”…‘악몽’된 핼러윈 축제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2-10-30 17:53
수정 2022-10-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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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한 시민이 두고 간 꽃이 놓여져 있다.  오장환 기자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한 시민이 두고 간 꽃이 놓여져 있다.
오장환 기자
“출동한 경찰관도, 소방관도, 경찰차도 핼러윈 분장인 줄 알았다.”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끔찍한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 핼러윈 축제에 취한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소방이 다급하게 무전을 하며 오가는데도 끔찍한 비극이 발생했다는 걸 즉각 알아차리지 못했다. “살려 달라”는 비명도,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장면도 누가 더 무섭게 분장하는지 뽐내는 핼러윈 축제에서는 “설마 진짜일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었던 비극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고, 150명 넘는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러 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들뜬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혀 제대로 상황 판단을 못 한 점, 가파르고 좁은 골목에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몰린 점, 어떠한 통제도 없이 무질서했다는 점 등이 순식간에 핼러윈 축제를 ‘악몽의 밤’으로 바꿔 버렸다.

소방당국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3명이 사망했고, 103명이 다쳤다고 30일(오후 1시 기준) 밝혔다. 이 중 중상자도 24명이나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가 압사 사고로는 역대 최다 인명 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된다. 그 전엔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잔치 압사 사고(150명 사망, 67명 부상)였다.

사망자 153명 중 여성이 90명을 넘었다. 폭 4m가량의 비좁은 골목에서 많은 인파가 뒤엉키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여성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당국은 피해자 대부분이 10~20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국인 사망자도 중국, 이란, 러시아 등 2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가 많다 보니 시신이 안치된 병원만 서울·경기 지역 36곳이나 된다.

소방당국에 첫 신고가 접수된 건 축제가 절정으로 치닫던 29일 오후 10시 15분쯤이다. 2분 뒤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오후 10시 43분쯤 대응 1단계를 발동하고 1시간도 안 돼 3단계로 격상했다. 상황은 엄중하고 긴박했지만 통제 불능인 인파에 안일한 시민의식, 사실상 손 놓은 안전 조치, 협소한 공간 때문에 구호가 늦어졌고 인명 피해도 커졌다.

특히 경찰과 소방은 핼러윈 주말 동안 하루 10만명가량이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경찰은 당일 광화문과 용산 등에서 열린 보수·진보 단체의 충돌을 막는 데 집중한 나머지 핼러윈 축제에는 고작 200여명만 배치했다. 소방 또한 이태원119치안센터 인원 10명과 차량 3대를 핼러윈 전담 인력으로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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