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향민 향수 서린 37년 노포 ‘을지면옥’, 내일 역사 속으로

[단독] 실향민 향수 서린 37년 노포 ‘을지면옥’, 내일 역사 속으로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2-06-24 17:38
수정 2022-06-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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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3시 을지로 시대 마감
법원 판결로 강제철거 이어질 듯

지난 37년간 ‘평양의 맛’을 이어오며 실향민은 물론 평양냉면 애호가들의 향수와 추억이 서린 노포 ‘을지면옥’이 오는 25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1985년 처음 문을 연 공간을 비워줘야 하는 을지면옥은 영업을 우선 중단한 뒤 대체지를 물색할 방침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을지면옥 평양냉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을지면옥 평양냉면 지난 37년간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을지면옥의 평양냉면. 서울신문 DB
24일 을지면옥 측은 “내일 오후 3시를 끝으로 이곳에서 영업은 완전히 종료한다”라면서 “을지로 인근으로 이전해 영업할 공간도 찾아봤지만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을지면옥 측은 올해 하반기는 새 점포 계약과 재개업 등 준비에 집중해 이르면 내년 초 새로운 공간에서 영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공구상가 초입에 자리 잡은 을지면옥의 시초는 1969년 경기도 연천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한국전쟁 1.4후퇴 때 평양에서 월남한 고(故) 홍영남·김경필씨는 생계를 위해 냉면집을 열었고, 1987년 지금의 의정부 평양면옥 자리로 이전했다. 이후 첫째 딸이 1985년 서울 중구 필동에 ‘필동면옥’을, 둘째 딸이 을지면옥, 셋째딸이 서울 잠원동에 ‘본가 평양면옥’을 열면서 이른바 ‘의정부 문파’가 형성됐다. 이 가운데 을지면옥은 기업이 밀집한 서울 광화문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사회 초년생의 ‘평양냉면 입문지’로도 꼽힌다.

을지면옥은 2017년 4월 식당 자리가 포함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구역이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면서 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을지면옥이 서울시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를 들며 철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지난해 오세훈 시장 부임 이후 서울시의 분위기도 철거 쪽으로 기울었다.
이열치냉 평냉을 위한 줄
이열치냉 평냉을 위한 줄 여름이면 길게 늘어서 있던 을지면옥 앞의 줄도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신문 DB
그간 을지면옥 측은 수용 결정에 반발해 건물 인도를 거부하며 영업을 계속 이어왔고, 재개발 시행사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시행사 측의 부동산명도 단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최근 2심 재판부는 을지면옥 측이 건물을 인도해야 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건물을 인도받을 권리를 갖고 있고 을지면옥 측의 인도 거부로 사업이 지연돼 시행사와 사업 이해관계자들이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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