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없이 불거진 성비위… ‘엄정 대처’ 왜 안 하나[이슬기 기자의 젠더하기+]

여야 없이 불거진 성비위… ‘엄정 대처’ 왜 안 하나[이슬기 기자의 젠더하기+]

이슬기 기자
입력 2022-05-17 17:10
수정 2022-05-18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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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 05.17 박지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 05.17 박지환 기자
갓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에서, 6·1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당들에서 성비위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온다. 성추행 전력과 함께 ‘지하철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라고 쓴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까지 지낸 박완주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에 이어 정의당에서는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당내 당직자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으며, 지도부가 이를 덮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성비위는 여야 없이 불거진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사회구조적인 젠더 불평등에 기반해 빚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정치권 성폭력 피해자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성폭력은 사회적·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신 전 대표는 2020년 2월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같은 당 당직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그는 “한국 정당의 가부장 정치가 개인에게는 성폭력이라는 사건으로 발생했다”고 했다. 성차별적인 사회구조가 개인에게로 환원되면 성폭력이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부쳐 내놓은 성명에 눈길이 간다. 성폭력상담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당시 여가부의 대응을 지적하는 김 장관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권력형 성폭력 대응을 빌미로 한 여가부 폐지 주장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권력형 성폭력의 책임이 특정 당 전유물이고, 권력형 성폭력 비판이 특정 당의 전매특허라는 이분법적 구조는 현실과 다르다”며 “이런 시각은 오히려 정치권 내 성폭력 문제와 2차 피해를 심화시킨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권력형 성폭력 문제로 자유로운 정당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정치공학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성비위 의혹이 연일 불거지자 정당들은 상대를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다. 하지만 중요한 건 2차 피해 최소화와 엄정한 대처다. 민주당이 박 의원을 빠르게 제명해 ‘손절’에 나선 반면 윤 대통령은 윤 비서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 대통령은 윤 비서관의 ‘전력’을 개인의 일탈로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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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묵과하면 그 자체가 성 불평등한 구조의 존재를 자인하는 일이라는 걸 알까. 지난 대선 당시 젠더 공약 가운데 유독 ‘권력형 성범죄 엄벌’을 주창했던 윤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2022-05-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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