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좁디좁은 전철역 승강기… 위험천만 휠체어

[단독] 좁디좁은 전철역 승강기… 위험천만 휠체어

최영권 기자
입력 2022-05-03 22:32
수정 2022-05-0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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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하철역 ‘1.5m 규정’ 미달

수도권 16개역, 정부 기준 못 미쳐
“회전 공간 부족… 후진하면 위험”
서울시 “국토부 지침 이전 설계”
서울·인천교통공사 “확장 추진”

전장연, 3호선 출근길 시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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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망한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 설치된 승강기 앞 통로. 폭이 국토교통부 규정에 50㎝가 모자란 100㎝로 조사됐다. 최영권 기자
지난달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사망한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 설치된 승강기 앞 통로. 폭이 국토교통부 규정에 50㎝가 모자란 100㎝로 조사됐다.
최영권 기자
지난달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 추락사한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은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가 정한 승강기 규정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이 3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국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및 유효공간’ 자료를 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하철역 가운데 16개 역 18개 승강기가 국토부 기준에 미달했다. 이 승강기들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승강기에서 내리는 쪽으로 휠체어 방향을 바꾸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공간이 비좁다. 국토부는 가로 1.5m, 세로 1.5m 이상을 적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 출장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서울역을 찾는 척수장애인 노태형(38)씨는 “지하철에서 내려 KTX역으로 갈 때는 휠체어를 제대로 움직일 공간이 없어 후진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한다”면서 “엘리베이터 앞과 안쪽 공간도 모두 좁아 승강기 이용객이 몰릴 때는 양보를 하느라 두세 번 만에 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동 휠체어보다 폭이 더 넓은 전동 휠체어를 타는 함정균(50)씨도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휠체어를 돌려 나갈 수가 없어 후진하다가 휠체어가 기울어지거나 바퀴가 꺾여 벽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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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에 생긴 9호선 양천향교역과 고속터미널역 승강기도 앞 유효공간의 폭이 규정보다 50㎝ 모자란 100㎝에 불과했다. 층수를 누르는 버튼 역시 승강기 입구에만 설치돼 있고 승강기를 탄 이후에는 조작할 수 없어 이 역시 지침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옆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역시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7호선 이수역 휠체어리프트는 계단 위쪽에 도착했을 때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 유효공간의 폭이 각각 1.25m와 1.28m로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리프트를 타고 계단 위쪽에 도착했을 때 휠체어가 지나가기엔 폭이 너무 좁아 다른 보행자가 있으면 이동이 불가능해 보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뒤늦게 시설 개선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교통공사도 규격보다 좁은 1호선 예술회관역 승강기 앞 공간을 올해 안에 넓히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강기 앞 유효공간을 확보하고 조작패널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지침에 미달한 데 대해서는 “규격에 맞지 않는 지하철 승강기는 설계가 2006년 승인돼 2008년 만들어진 국토부 행정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5호선 올림픽공원역 앞 공간은 세로 길이 1m로 2012년 설치됐음에도 기준에 미달됐다.

홍윤희 장애인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은 “비장애인이 엘리베이터에서 뒷걸음질로 내릴 수 없듯이 휠체어도 돌려야 이동할 수 있다”면서 “전동휠체어 등 크기가 큰 휠체어는 승강기 안과 밖에 유효공간이 충분치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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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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