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시원에 확진자·미확진자 함께 대기···의료 붕괴가 만든 ‘新코호트 격리’

한 고시원에 확진자·미확진자 함께 대기···의료 붕괴가 만든 ‘新코호트 격리’

곽소영 기자
입력 2021-12-15 17:17
수정 2021-12-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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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으로 대기 시간 늘어나며
확진자와 화장실·부엌·수도 함께 사용
사실상 격리 안 돼 집단감염으로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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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마스크 미착용시 출입불가’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2021. 12. 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마스크 미착용시 출입불가’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2021. 12. 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전담 병상이 부족해 확진자와 미확진자가 같은 공간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주방이나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는 쪽방촌과 고시원 거주자 등 주거 취약계층의 경우 정부의 봉쇄령만 안 내려졌을 뿐 사실상 동일 집단(코호트) 격리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입주민 중 한 명이 지난 8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사실을 관리인에게 전해 들었다. 60대 후반이었던 고령 확진자는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가야했지만 빈 병상이 없어 고시원에서 대기해야 했다. 문제는 박씨의 고시원이 화장실과 부엌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24명의 입주민이 확진자와 공용 시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일주일 새 4명이 확진되는 집단감염으로 번졌다.

박씨는 지난 10일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검사 수치가 애매해 양성과 음성을 판정하기 어렵다’며 미결정 판정을 받았지만 나흘 후인 14일 재검사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15일 “이전에는 확진자가 나온 건물을 정부가 통째로 폐쇄했다면 지금은 ‘계속 대기하라’는 말로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묶어두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쪽방촌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 거주하는 강홍렬(64)씨는 지난 8일 윗층 거주민의 확진 사실을 알게 됐다. 전담 병상이 확보될 때까지 확진자가 이틀 간 자택에서 대기하는 동안 강씨의 이웃들은 수도 및 화장실을 확진자와 함께 사용해야 했다.

종교단체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체 격리를 한 강씨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에서만 생활하는 다른 주민들은 화장실과 수도를 계속 같이 사용했다”고 전했다.
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홈리스 지원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홈리스의 이송과 치료대책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1.12.1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홈리스 지원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홈리스의 이송과 치료대책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1.12.1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형태에 대한 방역체계 정비를 더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주거 취약계층은 입원·입소가 원칙’이라는 치료 지침을 만들었지만 지자체마다 행정이 이뤄지는 속도에 차이가 있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봉명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는 “공용시설을 쓰는 쪽방촌과 고시원의 경우 감염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찾아가는 선별 진료’를 운영해야 한다”면서 “특히 주거취약계층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코로나 선 별검사 정보를 얻기 힘든 이들이 많아 찾아가는 선별 진료소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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