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 도움 안 되는 성소수자 아웃팅···‘이태원 집단감염’, 혐오로 번지면 안 된다

방역에 도움 안 되는 성소수자 아웃팅···‘이태원 집단감염’, 혐오로 번지면 안 된다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5-10 16:47
수정 2020-05-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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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번진 성소수자 혐오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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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의 9일 오후 모습. 2020.5.9 연합뉴스
사진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의 9일 오후 모습. 2020.5.9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은 A(29)씨가 지난 6일 방문한 클럽 중 다수가 성소수자가 주로 다니는 클럽으로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을 빌미로 성소수자들의 ‘아웃팅’(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다 보면 결국 이들을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방역 빌미로 ‘아웃팅’ 위협 느끼게 해선 안돼 A씨의 확진 사실은 지난 7일 한 언론이 A씨가 방문한 곳이 ‘게이클럽’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보도하며 크게 논란이 됐다. 그날 포털사이트에는 ‘게이’, ‘게이 클럽’ 등의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댓글을 통한 비난이 이어졌다.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성소수자들의 행태가 차별받을 만하다”, “신천지에 이어서 게이까지 비정상적인 집단이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지자체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인천시는 지역 인권단체에 연락해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에 따르면, 한 대학의 기숙사에서는 해당 클럽을 다녀온 이들을 ‘색출’하려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진 활동가는 “성소수자들은 대학 커뮤니티 내 ‘아웃팅’을 두려워하는데 방역당국도 아닌 기숙사가 나서 오히려 성소수자들은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다”면서 “확진자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공개나 확진자 개인을 탓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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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등 유흥시설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자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발표했다. 2020.5.10 뉴스1
1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등 유흥시설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자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발표했다. 2020.5.10 뉴스1
관련단체·전문가 “특정집단 혐오·차별은 방역에 도움 안돼”문제는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가 정작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소수자들이 해당 장소의 방문 사실을 숨기고 검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신 해당 클럽 방문자가 모두 성소수자인 것처럼 낙인을 찍어 당사자들이 검진을 주저하게 돼 결국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확진환자별 동선 공개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확진환자의 거주지 세부주소나 직장명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내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하는 정보만으로도 확진환자가 여전히 특정 가능하다. 언론보도도 문제다. A씨도 직장 소재지나 직종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환자가 다녀간 장소와 시간만 공개되면 되는데 자꾸 성 정체성 등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프라이버시로 개인을 매도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인 만큼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서 세심하게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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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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