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사하러 오세요” 불러놓고 나 몰라라… 공항에 갇힌 네팔인들

[단독] “농사하러 오세요” 불러놓고 나 몰라라… 공항에 갇힌 네팔인들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8-20 22:36
수정 2019-08-2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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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농번기 대비 네팔서 노동자 모집
네팔 측 승인 거부… 입국 도중 비자 취소
노동자 5명 “일 원해” 8일째 공항서 생활
인력 기다리던 농가 자체적으로 구인
“포천시가 민간에 사업 맡기고 책임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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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농번기 일손을 보태러 한국에 온 네팔 노동자 10여명이 입국 도중 비자가 취소돼 인천공항에 갇히게 됐다. 이들 중 일부는 벌써 8일째 공항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자체의 미숙한 일 처리 탓에 농민들은 인력난에 처했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20일 경기 포천시 등에 따르면 네팔 출신 노동자 13명은 당초 포천시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C4 단기취업 비자를 받고 지난 4월 입국할 예정이었다. 포천시는 민간 브로커에게 실무를 맡겼고, 이 업자는 시와 우호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은 네팔 판초부리시에서 노동자를 구했다. 이들은 시금치와 얼갈이 등을 기르는 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런데 네팔 당국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노동자들의 출국 승인을 미루면서 일이 꼬였다. 출국이 늦춰지자 포천시는 지난 13일 비자를 취소했다. 시 관계자는 “네팔에서 왜 출국 승인을 미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내부 지침에 따라 비자를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 13명은 뒤늦게 출국을 허가받아 비자 취소 사실을 모른 채 지난 13일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출입국관리 당국은 이들의 비자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입국을 불허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중 8명은 영문을 모른 채 자비를 들여 네팔로 돌아갔지만 5명은 “애초 계약대로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공항 송환대기실에 머물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자체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숙한 일 처리 탓에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농민들이 피해를 봤는데도 포천시 측은 공항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우선 돌아가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네팔 근로자가 본국 승인을 제때 못 받은 탓에 비자가 취소된 것이라 당장 재승인은 어렵다”면서 “일단 돌아가면 판초부리시와 다시 논의해 재입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혜옥 의원은 “시 친환경농업과가 민간 브로커에게 일을 맡긴 채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포천시 측은 “네팔 측에 공항 체류 노동자에 대한 입장을 공문으로 물어봤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인력난을 겪게 된 포천시 시설 채소 농가는 현재 자체적으로 일손을 구해 농사일을 하고 있다. 공항에 체류 중인 노동자 5명은 21일까지 자진 출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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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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