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방법이 없어 올라갑니다… 목숨까지 거는 ‘끝장투쟁’

더이상 방법이 없어 올라갑니다… 목숨까지 거는 ‘끝장투쟁’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7-04 23:34
수정 2019-07-0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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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公 수납원 톨게이트 고공농성 5일째
영남의료원 해고자도 병원 옥상서 농성
진압 어렵고 공론화 효과에 마지막 선택
장기간 고립 땐 육체적 고통 커 후유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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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소속 여성 노동자들이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서울 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일방적 자회사 전환 중단하고 직접 고용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 갔다. 한편 지상에 있던 노동자들이 이날 아침 톨게이트에서 연좌농성을 벌여 6개 진입로가 2시간가량 막히기도 했다.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제공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소속 여성 노동자들이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서울 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일방적 자회사 전환 중단하고 직접 고용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 갔다. 한편 지상에 있던 노동자들이 이날 아침 톨게이트에서 연좌농성을 벌여 6개 진입로가 2시간가량 막히기도 했다.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제공
‘벼랑 끝 투쟁’의 수단으로 고공농성을 택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TG) 구조물 위에서 4일로 닷새째 버티고 있는 요금 수납원들과 대구 영남의료원 옥상에 올라가 나흘째 농성 중인 이 병원 해고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엔 시각장애인들과 부모 25명이 서울시 종로장애인 복지관 옥상에 올라 이틀을 지냈다. 이들은 왜 불편하기 짝이 없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까.

고공농성은 관심이 덜했던 여론의 시선을 끌어 공론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수납원들이 서울 TG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TG에는 하루 10만여대의 차가 오간다. 도명화(48·여)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장은 “서울 TG가 시선을 모으기에 효과적인 곳인 데다 우리가 일했던 상징적 건물을 점거해 도로공사를 압박할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1·2심 판결에서 승소해 공사 직원임을 사실상 인정받았지만 공사 측은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편입만 허용하고 있다.

지상에서 온갖 방법을 써 봤지만 변화가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고공농성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박문진(59·여) 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43·여) 영남대의료원 노조 부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영남의료원 옥상에 올랐다. 이들은 “단식·삭발·삼보일배·혈서·삼천배 등 온갖 방법을 다 써 봤지만 바뀐 게 없어 올라왔다”고 호소했다. ‘장애인 서비스 종합 조사’ 지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각장애인 고공농성을 추진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도 기자회견, 집회, 국회·청와대·보건복지부 면담이 통하지 않자 복지관 옥상에 올랐다.

고공 생활은 극한의 고통을 동반한다. TG 구조물 위 여성 노동자들은 빗물 배수구에 물이나 흙과 함께 대소변을 내려보내며 버티고 있다. 도 지부장은 “남녀 노동자가 뒤섞여 올라오면 더 불편할 것 같아 40명 넘는 점거농성 인원을 여성으로만 꾸렸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고공농성자들은 페트병 등에 대소변을 따로 담아 땅 위의 동료에게 줄로 내려보낸다. 식사도 지상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영남의료원에서는 농성 첫날 병원 측의 방해로 사측과 노동자 간 충돌이 벌어져 간신히 음식을 올려보낼 수 있었다.

5일차 농성에 접어든 요금 수납원들은 첫날부터 고통을 호소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나드는 차량 행렬을 내려다봐야 하는 탓에 멀미가 났다. 이들은 “차량이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온몸에 그을음이 묻었다”고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이나 약자 등 다수를 동원할 수 없는 사람들이 고공농성을 택한다”면서 “농성을 막으려는 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극적인 행동으로 치달으면 오히려 대중에게 설득력 없는 과격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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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7-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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