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쓰는 공문만 사과 두 상자”…‘행정 최전방’ 이장님은 공부 중

“한 해 쓰는 공문만 사과 두 상자”…‘행정 최전방’ 이장님은 공부 중

남인우 기자
남인우 기자
입력 2019-01-22 22:24
수정 2019-01-2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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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이장학교 운영·매뉴얼 발간

사회가 급변하면서 마을 이장의 업무와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행정기관 지시사항을 이웃들에게 알리는 단순 전달자로 존재했지만 이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과 본인 업무를 꿰뚫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지원사업을 꼼꼼하게 챙겨 주민들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최일선에서 군청과 주민의 가교역할을 하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진정한 리더 역할도 해야 한다.

변화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농촌 이장들이 업무책자를 만들고 이장학교를 운영해 눈길을 끈다. 22일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 따르면 이달 초 동이면 이장단협의회가 ‘동이마을 이장업무 매뉴얼’을 펴냈다. 협의회는 A4용지 126쪽 분량의 책자를 이장 22명에게 3권씩 나눠 줬다. 제작비는 대청호로 인해 각종 규제를 받는 마을에 지원되는 수계기금으로 해결했다.

매뉴얼은 숙지해야 할 업무를 총망라했다. 농촌가로등 설치, 노인 의치 보철 지원사업, 창조적 마을가꾸기, 공공근로 등 마을단위로 이장이 챙겨야 할 사업이 자세히 소개됐다. 새롭게 마을 규약을 정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옥천군 마을 규칙 준칙 표준안과 마을회 현금출납부 같은 각종 서류 양식도 담았다. 이장 복무규정과 마을 운영에 필요한 각종 조례, 동이면 마을 현황, 옥천군 부서별 연락처, 군의회 일정도 곁들였다.

김기복(59) 협의회장은 “이장 업무가 간단해 보이지만 한 해 처리해야 할 공문만 따져도 사과박스 2개를 웃도는 등 할 일이 넘쳐나고 알아둘 것도 많다”며 “이장 업무의 효율성 향상 등을 위해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장이 일을 잘하면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행복해진다”며 “마을 전체를 위해 책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이장들은 2016년부터 ‘좋은 이장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두 달에 한 차례쯤 면사무소 강의실이나 농업기술센터에 모여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공모사업 신청방법을 배우고 초청강연도 진행한다. 2년 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시종 충북지사 등을 강단에 세워 화제를 모았다.

유관수(55) 이장은 “초보 이장들은 공부할 게 많아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며 “이장학교에서 큰 도움을 받아 전체 이장의 90% 이상이 항상 참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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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9-0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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