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앞 사라진 횡단보도… 어르신은 목숨 걸고 건넙니다

복지관 앞 사라진 횡단보도… 어르신은 목숨 걸고 건넙니다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8-10-05 01:54
수정 2018-10-0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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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 철도 공사로 우회보행로 설치

“다리 아픈데…” 위험천만 무단횡단
200m 멀리 돌아가면 5분 더 걸려
경전철 측 “절차 준수”… 완공까지 3년
“노인 많은 지역 고려 않은 탁상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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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아슬아슬 4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노인종합복지관 앞 삼거리에서 한 노인이 손수레를 밀며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있다. 당초 이곳에는 복지관을 오가기 위해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횡단보도가 있었지만 경전철 공사가 진행되면서 신호등은 꺼지고, 횡단보도는 지워졌다.
“다리가 아파서 돌아갈 수가 없어. 늘 가던 길이라 괜찮아.”

4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노인종합복지관 앞 삼거리. 복지관으로 향하는 노인들이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 위를 아무렇지 않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차량이 상향등을 번쩍이고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는 아찔한 장면이 10분에 2~3번꼴로 연출됐다. 복지관 인근 재활용센터를 오가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손수레를 밀고 도로 한복판을 ‘곡예 횡단’하는 모습도 보였다. 길 건너편에 ‘무단횡단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노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80대 양모씨는 “여기 원래 건널목이야. 건너가도 돼”라고 말했다. 하지만 횡단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닐로 덮여 있는 불 꺼진 신호등만이 이곳에 횡단보도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횡단보도가 사라진 이유는 바로 신림선 도시철도 공사 때문이었다. 지난해 초에 시작된 지하철 공사는 2022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복지관으로 가려면 5분가량 우회해야 하는데, 200m를 돌아가는 게 힘들어 습관적으로 50m 직선거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또 과거에 횡단보도가 있었던 자리여서 건너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노인도 많았다. 무단횡단을 못하도록 펜스가 처져 있었지만 노인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200m 거리에 있는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오가는 구급차가 많아 노인들의 무단횡단은 더욱 위험천만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한 환경”이라면서도 “매일 현장에 나와 지도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교통 심의나 대책 마련은 특정 연령대가 아닌 전체 보행자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민간 투자 사업이므로 위기 관리와 민원 처리도 사업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사업시행자인 남서울경전철 측은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교통 심의와 영향평가를 받고 진행한 공사”라면서 “무단횡단이 일어나는 건 공사와 전혀 무관하며, 노인 본인 책임”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승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교수는 “행정적 절차는 마쳤지만 노인의 통행량이 많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우회로”라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1만 1977건 발생했다. 하루 평균 32건꼴이다. 또 보행자 사망자 중 무단횡단 사망자가 60%에 이르고, 무단횡단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50%에 이른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단, TBS 본사 전격 방문… 신임 대표 비롯한 현장 직원 목소리 들으며 ‘정상화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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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8-10-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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