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평양수첩’ 공개…리선권 “옥탑방서 땀좀 흘렸습니까”

박원순 ‘평양수첩’ 공개…리선권 “옥탑방서 땀좀 흘렸습니까”

강경민 기자
입력 2018-10-01 11:07
수정 2018-10-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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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면 중국 따라잡지 않겠냐” 물으니 “10년이면 된다” 식사도 안 하고 자리 뜬 김여정…“발 동동 구르며 일정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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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옥탑방에서 땀 좀 흘리셨습니까?”

남북 간 ‘공식 채널’의 북측 대표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만찬 때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건넨 인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방문 때) 태극기 부대가 반대하는 것 조금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라는 반응을 보였듯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남측 주요 뉴스와 이슈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지난달 18∼20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원순 시장이 2박 3일간의 ‘평양 수첩’을 공개했다.

유럽순방 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양 방문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당시 들고 다니며 메모한 수첩을 펼쳐보며 북한의 변화상을 전했다.

박 시장의 답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은 훨씬 더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2002년 KBS 남북교향악단 합동 연주회 때 참관단 자격으로 처음 방북했다가 16년 만에 다시 평양을 찾았다.

박 시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찬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리선권 위원장이 3선을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하더라”며 “북한 인사들이 (남측 이슈를)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려호텔에 도착해 TV를 켜니 KBS, MBC, SBS, YTN 등이 다 나왔다”고 했다.

또 “(예술·체육 분야 청소년 인재양성 기관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과 교원대학에 갔더니 인공지능(AI)으로 교육하고 있었다”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영어로 ‘이름이 뭐냐’ 등 몇 가지 질문을 하니 아이들이 대답을 잘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북한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의 한 고위급 인사에게 “평화체제를 잘 만들면 20년 정도면 경제적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 인사는 “박 시장님, 그거 아닙니다. 우리는 10년이면 됩니다”고 반박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박 시장은 “북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해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를 하지 못하고)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계속해서 받으면 오히려 생존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무형 참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활약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 옥류관 오찬 때 김여정 부부장이 옆자리에 앉았는데, 밥도 나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며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일어난 줄 알았는데, 돌아오지 않고 그다음 일정을 지휘하더라”고 말했다.

또 백두산 방문 때 삼지연 공항에서는 먼저 도착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만찬장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인사할 때 서울-평양 회담을 주선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올림픽 유치를 돕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을 한 번 치르면 도시와 국가의 운명이 바뀌는 것 같다. 한 차례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번에는 (88올림픽 때처럼) 도시기반시설을 새롭게 하기보다는 문화적인 품격을 한 차원 바꾸는 게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번 방북 때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김능오 평양시당위원장을 만났다. 향후 서울-평양 교류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만남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산림 분야 협력이 남북 시도지사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박 시장은 남북 두 정상의 카퍼레이드 때 우리측 주영훈 경호처장이 운전석 옆좌석에 앉은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유사시에 우리 경호처장이 누구를 보호하겠느냐”며 “신뢰가 없다면 남측 경호처장을 운전석 옆에 앉힐 수 없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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