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돌아가며 의회의장?…‘임기 쪼개기’ 대책없나

1년·6개월 돌아가며 의회의장?…‘임기 쪼개기’ 대책없나

입력 2017-03-12 11:13
수정 2017-03-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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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 나눠먹기 야합 잇따라…시민 참여, 규정·조례 필요

일부 기초의회에서 은밀히 의장단 임기 ‘나눠먹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이를 막는 법 규정이나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제48조)을 보면 광역의회는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기초의회는 의장과 부의장 각 1명을 무기명 투표로 뽑고 각각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전국 시·군 의회는 이 법에 따라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선거로 뽑는다.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있어 4년 임기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의장단을 구성한다.

이 법 제53조는 의장이나 부의장이 궐위(闕位)되면 보궐선거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교묘히 악용,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임기 나눠먹기나 쪼개기 사례가 잇따라 비난 여론이 높다.

의장이나 부의장 등이 2년 안에 ‘개인 사정’을 이유로 사퇴서를 내면 다시 선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남 사천시의회는 지난해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한 지 1년여 만에 의장단을 재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 의장단 구성을 못하고 진통을 거듭하다 겨우 의장단을 구성했지만 바로 임기 나눠먹기 야합설이 돌았다. 현재 의장단 재구성 움직임은 결국 임기 나눠먹기 현실화로 의회 안팎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당시 각 6명으로 나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비(非)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자리다툼을 벌여 원 구성에 나선 지 3개월 만에 의장·부의장을 뽑고 원구성을 마무리했다.

시의원들은 김현철 의원을 시의회 의장으로 뽑고 1년 후 사퇴하면 최갑현·한대식 시의원이 각각 6개월씩 맡는 것으로 밀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장의 경우 이종범 의원을 선출하면 1년 후 사퇴하고 나머지 임기는 최용석 의원이 맡는다는 내용도 같이 나돌았다.

시의원들은 당시 야합설을 전면 부인했지만,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장이 ‘제209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오는 13일께 ‘개인 사정’을 사유로 사퇴서를 낸다는 소문이 의회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안으로 임시회를 열어 김 의장의 사퇴서를 심의하고 의장 선거일정을 마련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김 의장은 ‘야합설’에 대해 “12명 시의원 모두가 의장직을 맡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라며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차기 시의회 의장으로 거론된 최 의원도 이에 대해 “시의원 개개인의 뜻이 중요하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뿐 아니라 일부 시의원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사천시의회가 친한 사람들끼리 회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친목모임이냐”며 비난했다.

‘밀약’ 당시 자유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한대식 의원은 “지난해 원 구성 당시와 지금은 소속 정당이 달라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라며 “김 의장이 사퇴해 선거를 치르면 6개월이 아닌 1년간 의장을 맡기 위해 출마하겠다”며 반발했다.

초선의원들도 “의정활동은 등한시하고 감투 쪼개기에 혈안이 된 일부 시의원들의 밀실 야합에 동조할 수 없다”라며 “마음대로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는 13일 회기 마지막 날 ‘임기 쪼개기’가 일부 의원들의 밀약대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사천시의회 외에도 일부 기초의회에서도 이런 임기 나눠먹기가 잇따랐다.

지난해 7월 의령군의회는 군의회 의장 선거에서 떨어진 손태영 의원이 의장단 구성을 밀약한 내용의 각서를 폭로했다.

손 의원은 2014년 7월 전반기 의장단 선출 당시 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자신을 후반기 의장으로 밀어주기로 약속하고, 자신을 포함한 6명이 피로 지장을 찍은 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혈서에는 후반기 의장으로 밀어주기로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으면 2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파문이 일었다.

대구 달서구의회, 충북 옥천군의회 등도 임기 나눠먹기 논란을 빚었다.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이런 임기 나눠먹기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집행부 견제 기능에도 지장을 준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특별한 사유 없이는 의장과 부의장 등이 사퇴서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법 규정이나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천시의회 관계자는 “관련 법상 보궐선거는 유고 등 특별한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인데 이를 악용해 자리를 나눠 가지고 있다”라며 “시·군 의회와 집행부 업무 처리에 혼선을 주고 시민뿐 아니라 의원 당사자들까지 반발하는 점을 고려해 임기 나누기를 막을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최상한 교수는 “기초의원들의 자리 나눠 먹기가 도를 넘고 있다”라며 “기초의회에서 의장단을 구성할 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조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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