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근로자들 휴가는 가지만…마음은 ‘천근만근’

조선소 근로자들 휴가는 가지만…마음은 ‘천근만근’

입력 2016-07-24 11:01
수정 2016-07-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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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속 동료들 하나 둘 떠나…삼성중·대우조선 수주·투자 소식 ‘위안’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삼성중공업 근로자 A씨(47)는 손꼽아 기다리던 이번 여름휴가를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지난달말 희망퇴직을 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무척 어수선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중 사측은 사무직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아 모두 1천여명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중은 지난달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2018년 말까지 3년간 경영상황과 연계해 전체 인력의 30~40%를 줄이겠다고 발혔다.

자신도 언제 회사를 나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름휴가를 맞는 A씨의 심정은 예년과 무척 다르다.

그는 “획기적인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는 한 사측의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라며 “올 여름휴가는 즐겁다기 보다는 썰렁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경남지역 주요 조선소 근로자들은 25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1주에서 2주간 단체로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창원의 STX조선처럼 이미 18일부터 22일까지 휴가를 마친 조선소도 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은 1∼2주간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대우조선은 25일부터 8월 5일까지 근로자 모두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필수 공정을 제외하고 조선소가 사실상 휴업 상태에 빠진다.

근로자들은 휴가비로 50만원씩을 받는다.

삼성중 근로자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8월 1일부터 5일까지 일주일 단체휴가에 들어간다.

휴가기간 필수 공정을 제외하고 조선소가 올스톱한다.

삼성중 정규직 1만4천명과 협력사 직원 2만6천명이 휴식에 들어간다.

일정액의 휴가비가 지급된다.

통영의 성동조선해양 근로자들도 8월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난다.

이처럼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가 조선소 근로자들에게는 오히려 마음의 짐이 되고 있다.

삼성중 근로자들은 최근 대형 수주 ‘낭보’를 접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회사는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 올해 들어 단 한 척의 선박도 따내지 못했다가 3조원 가까운 규모의 해양플랜트 사업을 사실상 수주하고 마무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중은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인 ENI사가 지난해 6월 발주한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 입찰에 프랑스 테크닙(Technip),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 사업에서 삼성중의 수주 규모는 25억달러(2조8천여억원)에 달한다.

삼성중은 이 사업을 최종 수주하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밝힌 올해 수주 목표액인 53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채우게 된다.

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삼성중 노동자협의회(노협)는 예년과 달리 전면파업에 적극 나서는 등 구조조정 최소화에 나서고 있으나 ‘조선업 위기’ 앞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다.에 나

삼성중 한 근로자는 “이번 수주를 전기로 하반기 수주 소식이 잇따랐으면 좋겠다”면서 “수주가 계속되면 구조조정 강도도 낮아져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대우조선은 매년 300명~400명씩 내보낸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정년 등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식이다.

사측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삼성중과는 다르지만 상황은 오히려 삼성중보다 나쁘다.

채권단이 이익을 내는 특수선 분야를 떼내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매각 등에 나서기로 하면서 대우조선 노조가 특수선 분야 분리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과거 경영진들이 분식회계 등 혐의로 잇달아 구속되면서 회사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우조선에도 그나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카자흐스탄의 텡기즈 유전에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셰브런, 엑손모빌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은 최근 이 유전을 확장하는 프로젝트(368억 달러 규모)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Final Investment Decision)을 내렸다.

이에 따라 1년 8개월 전에 약 27억달러에 수주해놓은 원유생산 플랜트 건조작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회사가 이전처럼 회생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요구할지 알 수없다.

대우조선 한 근로자는 “이번 결정으로 일감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면 회사가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동조선 근로자들도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지만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추가 수주가 없으면 당장 내년말이면 일감이 바닥날 수 있다.

급여일인 지난 20일에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

채권단이 성동조선 노조의 지난 20일 조선업종 노조연대 파업 참여 등을 이유로 자금 신규지원을 미루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회사측은 27일쯤 급여의 30%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급여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성동조선 근로자는 “예년과 달리 휴가를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면서 “하루빨리 수주 등 좋은 소식이 들려 활기차게 일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가 진행중인 창원의 STX조선 근로자들은 조선업체 가운데 가장 빨리 18일부터 5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여름 휴가가 끝나면 STX조선은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파산을 면하려면 고통스럽지만 강력한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자금난으로 2010년 3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기 이전 STX조선해양 정규직은 3천600여명에 달했다.

이후 STX조선해양은 직원수를 1천500여명이나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다.

휴가가 끝나면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야할지 모두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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