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형사들 책상마다 웬 곰돌이 인형?

[현장 블로그] 형사들 책상마다 웬 곰돌이 인형?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07-21 22:28
수정 2016-07-2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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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받거나 신고를 하러 경찰서에 들어가려면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시민이 느끼는 경찰서 분위기는 삭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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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에 곰인형이 놓여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에 곰인형이 놓여 있다.
●강성영 서대문경찰서 여청과장 제안

성범죄 사건을 주로 다루는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여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희롱이냐 아니냐, 서로 주장하면서 언성이 높아집니다. 신고자는 악몽 같은 상황을 떠올려야 하는 힘든 순간도 많습니다. 언 마음을 녹이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강성영 서대문경찰서 여청과장이 작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라도 바꿔 보자.” 그래서 지난 4월 11일, 곰돌이를 ‘채용’했습니다. 책상마다 곰돌이 한 마리씩, 곰돌이 20여 마리가 자리잡았습니다. 곰돌이들은 이마나 가슴에 친절, 행복 등 애칭을 적은 노란 배지도 달았습니다. 형사들 개개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덕목을 적은 겁니다.

곰돌이들은 30㎝도 채 안 되는 덩치로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에게 주눅이 들어 입을 꾹 닫은 아이들도 곰돌이를 보면 픽 웃습니다. 오랜 시간 조사할 때는 곰돌이를 주제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안정을 주기도 합니다. 곰인형을 집에 가져가면 안 되냐고 조르는 사람까지 있답니다.

●위축됐던 민원인들 편안함 느껴

“사실 몇몇 동료는 곰돌이의 근무에 별 기대를 안 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아침에 곰돌이와 인사도 나눕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경찰관들도 곰인형이 가져다준 변화에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지난해 여청과 성과 평가에서 서울시 31개 경찰서 중 28위였던 서대문서가 올해 17위에 오른 데는 곰돌이들의 도움도 있다고 합니다. 시민들에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곰돌이가 전해 줬다는 겁니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을 계기로 경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시민의 경찰’이 되는 첫걸음은 작은 발상의 전환, 작은 애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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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07-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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