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만 했더라도”...사과 없는 부모 때문에 전학 중징계

“화해만 했더라도”...사과 없는 부모 때문에 전학 중징계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06-08 17:41
수정 2016-06-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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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만 때린 게 아니다. 서로 치고 받았으니 사과할 수 없다.’ 반성의 여지도, 사과할 기미도 보이지 않은 부모들의 고집 때문에 학생이 다니던 학교를 떠나야하는 처벌을 받았다.

 서울 송파구 모 고교의 2학년 A는 지난해 7월 초 학생식당 근처에서 줄넘기하는 동년배 B가 못마땅해 ‘줄넘기 잘한다’고 비꼬듯 말했다. 이 말을 들은 B가 욕을 하자 A는 B의 팔을 잡아 넘어뜨리고는 주먹과 발로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B는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찢어졌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싸움은 멈췄다. B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사건 후 A의 부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B의 부모와 합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B의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우리 애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B를 모욕,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학교는 나흘 뒤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어 A에 대해 전학 처분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맞은 B에게는 아무런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9월 30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도 A의 전치 2주 상해 주장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결론 내렸다. A의 부모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학교도 ‘전학은 너무하다’면서 중재에 나서 화해를 권했지만 A의 부모가 이를 거절하고, 싸움을 목격한 학생에게 유리한 진술을 요청하기도 했다. 학교는 결국 10월 학폭위 재심에서 A의 전학을 확정했다. 전학은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폭력이나 심각한 성폭력 등에서 예외적으로 내리는 조치다.

 A의 부모는 또다시 서울행정법원에 학교를 상대로 전학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 장순욱)는 지난달 26일 “가해학생의 부모가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거나 반성의 기미가 없으며, 피해자를 고소하는 등 비교육적, 감정적 대처로 사태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서울시교육청 전수민 학교폭력전담 변호사는 8일 “가해학생 측의 잘못된 대처가 처벌을 키운 사례”라고 소개했다. 전 변호사는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우발적으로 폭행이 발생했고 가해학생이 이전에 학교폭력 때문에 조치를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에 부모들이 화해만 했으면 전학이라는 중징계 대신 교내 선도 조치 정도로 그쳤을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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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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