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내래 동포 돕는 데 가만있을 수 있간”… 봉사로 통일 당기는 사람들

[탈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내래 동포 돕는 데 가만있을 수 있간”… 봉사로 통일 당기는 사람들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2-02 22:58
수정 2016-02-0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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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탈북자는 미래 통일 기반] 탈북자 돕는 탈북자 ‘소망두레봉사단’

“고생해서 한국 온 아이들 보면 반찬 몇 개 만드는 건 일도 아냐”
탈북민 삼삼오오 모여 5년 넘게 봉사

“내래 집에서 밥만 먹고 있을 수는 없디 않갔어. 내 손이 가만히 있딜 못하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식당. 탈북자 출신 20여명이 바쁜 손놀림으로 북한식 순대와 김치 등을 만드는 중에 최고령자인 김태실(76·여·가명)씨가 큰 목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지난달 30일 탈북자 출신의 소망두레봉사단 단원들이 자신들보다 늦게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에게 나눠 줄 반찬을 만들고 있다. 탈북자 신원 보호를 위하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지난달 30일 탈북자 출신의 소망두레봉사단 단원들이 자신들보다 늦게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에게 나눠 줄 반찬을 만들고 있다. 탈북자 신원 보호를 위하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한빛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새로 오는 탈북자들을 돕는 소망두레봉사단 단원들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복지관 식당에 모여 북한 음식을 만들어 새내기 탈북자들을 찾아간다.

박예성(43·여·가명)씨는 “한국 음식은 상대적으로 북한 음식보다 자극적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정착 초기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북한 출신들끼리 돕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봉사단원은 “(한국에 오느라) 고생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여기서 고작 반찬 몇 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북한식 영양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옥수수와 팥으로 만든 북한식 영양죽에는 소금과 설탕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이들이 만든 음식은 탈북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가구에도 전달된다.

가톨릭 계열 사회복지법인인 한빛종합사회복지관은 ‘선배 탈북자가 후배 탈북자를 돕는 것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책’이라는 취지에서 봉사단을 결성했다. 이금안 복지사는 “2010년 봉사단을 만들었을 때는 단원이 3명이었는데, 5년 넘게 활동하면서 이제는 20여명으로 성장했다”면서 “요즘엔 정착 초기에 도움을 받았던 탈북자가 자기도 후배 탈북자들을 돕겠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탈북자를 위한 음식 봉사뿐 아니라 소외계층의 복지사업비 마련을 위한 바자회도 열고 있다. 유봉희(40·여·가명)씨는 “동네 사람들이 탈북자라고 무시하지 않고 도와준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우리가 지역사회에 보답을 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내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돕다 보니 완전히 한국 생활에 정착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밝혔다. 봉사단은 2014년 서울시 봉사상 우수상을 받았다. 이 복지사는 “탈북자끼리 돕는 차원을 넘어 남북한 주민 간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탈북자의 자립을 돕거나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돕는 탈북자 단체는 2000년대 중반까지 거의 없었지만 2010년 말 12개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40여개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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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2-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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