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차거부 기준 애매한데 처벌만 강화”

[단독] “승차거부 기준 애매한데 처벌만 강화”

입력 2015-02-02 00:04
수정 2015-02-0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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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삼진아웃제’ 실효성 의문

2년 안에 3차례 승차거부 적발 시 택시기사 자격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가 지난달 29일부터 실시됐다. 시민들은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라며 대체로 환영했지만, 택시기사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지난달 30일 밤 12시가 가까워지자 서울 종각역과 강남역, 신촌 등은 ‘불금’을 즐긴 뒤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큰길에는 경찰과 공무원 등이 나서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승차거부 단속을 벌였다. 회사원 백모(36)씨는 “집이 일산인데 추운 겨울이나 날씨가 궂을 때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며 “오늘부터 편하게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삼진아웃제에 회의적인 승객도 적지 않았다. 이날 주요 유흥가에서는 단속이 미치지 않는 골목 안쪽에 택시를 세워 놓고 행선지를 묻는 택시기사도 눈에 띄었다. 회사원 박모(32)씨는 “홍보가 덜 된 탓인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승차거부도 애매하다. 화장실을 간다거나 밥 먹을 시간이나 교대시간이라고 하면 승차거부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택시기사는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승객이 행선지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거나 표지판을 붙여 교대시간임을 알릴 경우, 승객이 이동박스 없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탈 경우 등의 승차거부는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진상’ 취객들에 대한 부담이 커진 택시기사들은 볼멘소리를 쏟아 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택시·버스기사를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은 매년 평균 3500여건 발생한다. 택시기사 경력 15년차인 김모(57)씨는 “(취객들이) 요금을 안 내고 버티거나 집을 못 찾는 일도 다반사”라며 ”무슨 일을 당할까 봐 잠든 승객을 깨우는 일도 어려운데 이젠 시비를 거는 취객들도 무조건 태워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 경력 17년차인 정모(63)씨는 “일주일에 2~3번 취객을 태우고 말다툼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있다”며 “다툼이 벌어지면 택시기사들이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는 취객을 상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악질적으로 승차거부를 일삼는 일부 택시기사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기사들을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취자를 태우는 것은 택시기사에게 항시적 위험 요인”이라며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에 격벽을 설치하고 택시기사를 폭행하면 엄벌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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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5-02-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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