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직파간첩 사건’ 피고인 무죄…“권리 고지 안됐다”

‘北 직파간첩 사건’ 피고인 무죄…“권리 고지 안됐다”

입력 2014-09-05 00:00
수정 2014-09-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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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합신센터 조사 때부터 진술거부권·변호인조력권 알려줘야”검찰 “조사 때마다 고지…형식적으로 증거 판단한 판결 납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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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훔치며’
’눈물을 훔치며’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홍모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이날 오전 석방된 홍모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외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홍모(41)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우수 부장판사)는 5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간첩·특수잠입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그를 석방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홍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제시한 증거들이 범죄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아니라고 봤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적법한 증거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무죄가 선고되자 이례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열어 파워포인트 자료를 제시하며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 등을 충분히 홍씨에게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윤웅걸 2차장검사는 “(안보 사범 재판에서) 지나친 형식 논리로 증거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늘 판결이 그렇다고 본다”며 “법원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홍씨가 작성한 자필 진술서를 비롯해 국정원 특별사법경찰관과 검찰이 홍씨를 피의자로 불러들여 작성한 신문조서 등 직접 증거들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합신센터 조사부터 홍씨는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는 사실상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며 “그럼에도 홍씨에게 진술거부권·변호인조력권이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으므로 진술서 등은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홍씨의 자필 진술서·반성문도 외부 압박 등에 의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탈북자인 피고인이 국내 절차법상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없이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됐을 것”이라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진술서가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나머지 증거들도 간접·정황 증거들이라서 범죄를 뒷받침할 증명력이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무죄”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굉장히 사소한 흠결을 갖고 전체 진술의 증거능력까지 부정하는 것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항소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엄정하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홍씨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법수집 증거가 그럴듯하게 조작됐다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국정원의 위법한 조사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6월 “국정원이 홍씨를 상대로 행한 합신센터 강제조사는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영장주의·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홍씨는 2012년 5월 보위부 공작원으로 선발된 뒤 이듬해 6월 상부의 지령에 따라 북한·중국의 접경지대에서 탈북 브로커를 유인·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또 자신의 신분을 탈북자로 가장해 지난해 8월 국내에 잠입해 탈북자의 동향을 탐지한 혐의도 받았다.

이날 공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가 방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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