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한 청소노동자

위태위태한 청소노동자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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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 이촌역 4m 높이서 청소…네티즌 “안전 장치도 없이…”

안전 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고 4m 높이의 전철역 창틀을 청소하는 한 용역업체 근로자의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용역업체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당국의 미흡한 관리 감독과 철도시설의 안전 기준 미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경원선(중앙선) 전철 이촌역의 승강장 계단 창틀 위에서 코레일의 청소 용역업체인 그린앤테크사 소속 이모씨가 안전 장비 없이 청소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 아고라 사진 캡처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경원선(중앙선) 전철 이촌역의 승강장 계단 창틀 위에서 코레일의 청소 용역업체인 그린앤테크사 소속 이모씨가 안전 장비 없이 청소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 아고라 사진 캡처
3일 다음을 비롯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각종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촌역 청소부 아주머니’라는 제목의 사진이 유포됐다. 사진 속에는 전철역사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한 사람이 계단으로부터 높이 4m, 폭 35㎝에 불과한 창틀 위에 올라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 사람은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았고 주위에는 사다리나 어떤 안전 장치도 없어 네티즌들이 가슴을 졸였다.

네티즌들은 “안전불감증의 나라”, “깨끗한 것도 좋지만 청소하시는 분들의 안전이 우선 아닐까요” 등 비판적 반응을 쏟아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관리)에 대한 비난도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 사진 속 장소는 지하철 4호선 이촌역 입구가 아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관할하는 경원선(중앙선) 이촌역의 승강장 계단으로 밝혀졌다. 사진 속의 주인공도 여성이 아닌 코레일의 청소 용역 업체인 그린앤테크사 소속 이모(58)씨였다.

그린앤테크사 관계자는 “이씨가 창틀 위로 올라간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이 청소에 열중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통상 4m 이상의 창틀 위 청소는 안전모를 착용하는 전담조가 따로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직원들의 안전 교육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과 경원선 이촌역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지적됐다. 경원선 이촌역은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 네트워크가 역무를 대행하는 ‘업무 위탁역’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및 경비 절감 차원에서 승객이 비교적 적은 역의 경우 아웃소싱을 했다”면서 “모회사 직원이 파견 나와 있지 않고, 청소도 외주업체가 하는 상황에서 대놓고 업체에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레일의 다른 관계자는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역이었으면 역장이나 직원들이 위험한 작업 현장을 목격하는 즉시 금지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6개 역사의 청소 용역을 맡은 그린앤테크사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경원선 이촌역의 경우 하루에 직원 3명이 월 110만~150만원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2교대로 역사 청소를 맡는다.

정부의 철도 안전 시책이 주로 사용자인 승객 안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청소 용역업체 근로자들의 인권에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옛 국토해양부)가 마련한 ‘철도시설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의 73개 조항 중 용역업체 근로자의 안전에 관한 규정은 전무했다. 윤춘호 공공운수노조 선전실장은 “이번 사건은 작은 일처럼 보여도 공기업 민영화와 인력 외주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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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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