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언론의 침묵 속에 신군부에 항거한 기자들

5·18, 언론의 침묵 속에 신군부에 항거한 기자들

입력 2013-05-13 00:00
수정 2013-05-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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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특전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고 있다’는 1보가 계속 들어오는데 계엄사령부가 보도를 금지하니 더이상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죠.”

고승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13일 “1980년 광주가 학살로 피바다가 된 것을 전 세계가 아는데 국민을 속이려는 신군부의 행태에 기자들이 ‘언론이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일체감을 형성, 제작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1979년 10·26 사태 직후 계엄을 선포하고 언론 사전검열을 시작한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광주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 민간인 살상으로 이어졌다.

검열에 저항하던 기자들은 앞서 5월 16일 기자협회 차원에서 회의를 열어 5월 20일 오전 0시부터 검열을 거부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광주에 특파된 국내 언론사 기자의 보고와 외신 기사를 통해 신군부의 만행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검열 및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고승우씨는 당시 합동통신 사회부 소속으로 서울시청을 출입하며 회사에서 팩스 등으로 검열 기준에 해당하는 기사를 받아 계엄사령부의 검열을 받는 업무를 겸했다.

고씨는 “계엄사령부가 매일 오전 8시께 불가능한 기사와 빼야 할 내용에 대한 보도 지침을 각 회사에 전달하고 기사들을 미리 검열했다”며 “외신들은 취재·송고가 잘 되는데 우리는 광주에 내려간 기자가 취재 보고 형식으로 기사를 올려도 다 금지당했다”고 회고했다.

일선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들어가자 언론사가 밀집한 광화문 네거리에는 장갑차가 배치됐고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단을 소집해 제작거부를 방치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위협을 거듭했다.

5월 27일까지의 검열 및 제작 거부 투쟁이 끝나자 신군부는 악성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며 현직 언론인들을 연행하고 언론사에 대해 자체적 정화 결의를 강요하는 등 숙청작업을 단행했다.

고씨가 근무하던 합동통신 역시 “신군부에서 모든 언론사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일괄 사표 제출토록 하고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 사표 제출을 강요했고 당시 편집국 소속 기자 200여명 중 고씨를 포함한 13명을 해고했다.

신군부는 당시 해고된 언론인 1천여명을 A, B, C 세 등급으로 분류해 A등급은 영구 취재 불가 조치를 했으며 일부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아닌 기업체 취업을 허용해 기자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해직 언론인들은 1984년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를 꾸리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전신인 ‘해직언론인투쟁위원회’(위원장 송건우)를 시민단체와 만들어 복직을 요구하며 출판물 규제 및 폐간 등에 저항했다.

정부의 과거사 조사로 뒤늦게 신군부의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지만 이들은 아직도 국내 언론 모두가 5·18 당시 비겁하게 정부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고 치부돼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5·18 보상법에서 규정하는 5·18 관련자로 인정해주고 공식 기록에도 이들의 투쟁을 인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고씨는 “당시 투쟁했던 기자들은 이미 노쇠했는데 이들이 죽기 전에 기자로서 떳떳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보상보다는 해직 언론인들을 광주 항쟁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법적, 정치적 규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씨는 “5·18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해서도 5월 관련단체나 정치권 등에서 1980년 당시 각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며 투쟁했던 이들을 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신군부의 기사검열에 항의, 제작 거부에 들어갔던 1980년 5월 20일을 기려 지난 2006년에 5월 20일을 ‘기자의 날’로 제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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