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에 ‘두발·복장’ 규정 명시 학생인권조례 사실상 무력화

학칙에 ‘두발·복장’ 규정 명시 학생인권조례 사실상 무력화

입력 2012-04-18 00:00
수정 2012-04-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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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서울·광주시와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반토막났다. 학교규칙(학칙)에 학생의 두발·복장은 물론 휴대전화 사용 여부 등 학생 생활에 관한 세부 사항을 명시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조례보다 상위법이어서 학칙으로 학생 생활규칙을 정하지 못하도록 한 서울·광주·경기의 학생인권조례 핵심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해당 교육청들은 일선 학교에 학생인권조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과도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도록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학교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학생인권조례와 교육법 시행령의 가치가 충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제9조 ‘학칙 기재사항’에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목적상 필요한 학생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사용에 관한 사항을 학교별로 명시하도록 했다. 새로 기재되는 사항은 모두 학생인권조례에서 원천적으로 규제가 금지된 항목들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광주시와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와 각 학교가 정한 학칙이 충돌할 경우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학칙이 우선 적용된다.”면서 “이와 관련, 교사 개인이 임의로 기준을 적용해 두발이나 복장을 지도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은 또 학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을 학칙으로 정할 때는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도록 했다. 학칙이 학교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학생자치활동 지원을 전담할 ‘학생자치과’를 신설하기로 했으며 이달 중에 ‘학교규칙 및 학생생활협약 운영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기로 했다. 이 밖에 법적 근거 없이 운영돼 온 위기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치유·상담프로그램인 ‘위(Wee) 프로젝트’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교육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자치의 기본이념을 훼손하는 교과부의 꼼수”라면서 “학칙에 용모나 복장 관련 규정을 넣으라는 것이 꼭 제한하라는 의미는 아닌 만큼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살리도록 적극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별도의 법적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해 온 보수진영에서는 ‘인권조례 무력화’라며 크게 반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학교를 옥죄었던 인권조례가 무력화됐다.”면서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인권조례를 일선 학교에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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