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풀빵 팔았다는데”…노점상의 탄원

“대통령도 풀빵 팔았다는데”…노점상의 탄원

입력 2011-04-19 00:00
수정 2011-04-1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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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풀빵’이라고 하면 대통령도 분명 기억하실 겁니다. 이 자리에서 영업만 계속하게 해 주시면 더는 바랄 게 없습니다.”

16년째 인사동 거리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손병철(53)ㆍ김숙경(51)씨 부부는 청각장애인이다.

이들에게는 지난해 9월21일 한 방송사 추석 특집프로그램에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함께 출연했던 남다른 기억이 있다.

대통령과 이들 부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이 대통령은 그해 12월10일 인사동에 들렀다가 청각장애인 부부가 풀빵을 구워 파는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일일 풀빵장수’를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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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전인 2006년 12월 10일 ‘일일 풀빵장사’를 자청했을 당시의 연합뉴스 보도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전인 2006년 12월 10일 ‘일일 풀빵장사’를 자청했을 당시의 연합뉴스 보도사진



손씨는 18일 “그때 대통령께서 ‘나도 어머니를 도와 풀빵 장사를 한 적이 있다. 풀빵을 보니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말씀하셨다”며 “대통령도 풀빵을 팔았다니 왠지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이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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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인사동 거리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손병철.김숙경씨 부부 연합뉴스
16년째 인사동 거리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손병철.김숙경씨 부부
연합뉴스


그런 인연을 간직한 손씨 부부가 지난 14일 청와대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종로구가 인사동에 ‘차 없는 거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노점을 인근 뒷길로 강제 이전하려 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호소였다.

종로구는 관광객의 보행 편의를 높이고자 지난해부터 인사동 거리를 바꾸기로 하면서 노점을 특화거리 3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점상들은 “종로구가 지정한 장소는 ‘노점상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영업이 안 되는 곳”이라며 지난달부터 종로구 단속반에 맞서 연일 몸싸움과 항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부는 “노점은 이 골목의 오랜 문화이자 한국에 관한 추억을 안겨주는 관광상품인데 노점을 없앤다고 종로구가 ‘명품 도시’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인사동이 세계적 명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손씨 부부는 “우리가 만드는 풀빵은 외국인 관광객한테도 인기 상품”이라며 “비록 들을 수는 없지만 관광객이 길을 묻기라도 하면 같이 가서 알려주는 등 인사동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와의 기념사진을 풀빵기계 옆에 붙여 둔 이들 부부는 “우리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지만 대통령께서 한갓 청각장애인 노점상을 신경 쓰시긴 어려울 테고 ‘인사동 풀빵’을 기억해주시기만 바랄 뿐”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에 종로구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는 보행자 편의를 위해 상인들도 손해를 감수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원칙상 불법임에도 제도권으로 편입해주려 하는데 무작정 한 자리에서만 영업하겠다는 요구는 억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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